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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희 기자
등록 :
2019-03-29 17:27

수정 :
2019-03-29 17:47

[스튜어드십코드, 의미있는 진전③]명암 공존하는 주주행동주의

차익실현 목적 경영권 침해 논란 여전
일각서 기업가치 제고 긍정 영향 지적
지배구조 상위 주식 재평가 계기될 것

그래픽=강기영 기자

올해 정기주주총회는 지난해와 달리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서면서 경영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행동주의 펀드들이 단순 시세차익을 내고자 국내 기업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압박했다면 최근엔 사회적 분위기에 동조해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29일 증권가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들은 올해 주총 시즌을 맞아 투자기업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개선 방안을 요구하는 등 주주제안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주주행동주의는 두 가지 얼굴을 나타내고 있다. 주가 상승 기대 요소가 부족한 최근 시장 상황에서 주주행동주의가 기업 가치를 상승시키는 새로운 알파라는 분석과 지나친 간섭과 경영권 압박으로 인해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이 공존한다.

국내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99년부터다. 당시 미국계 헤지펀드 타이거펀드는 SK텔레콤 지분 6.66%를 취득 후 경영 개입에 나섰으며 그해 말 지분을 전략 매각해 6300만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SK그룹은 2003년에도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쟁탈전을 벌였으며 2년 3개월 후 약 1조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이후 다수의 행동주의펀드들은 국내 기업의 지분을 사들인 후 우선주 소각, 지배구조 개선, 사외이사 선임, 자회사 매각,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했다. 단기간내 시세차익을 내기 위해 경영권을 두고 기존 경영진들과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과거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사냥꾼’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국내 기관투자자와 주주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행동주의 펀드의 경우 증시 전반에 주주환원 확대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중장기 트렌드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행동주의 투자 전략 유형을 살펴보면 적대적 M&A, 경영진 교체와 같은 적극적 행동보다는 지배구조 투명성, 합리적 배당확대 요구와 같은 비교적 온순한 행동주의가 증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를 활용한 주주활동 확대와 경영참여형(의결권 10%
취득 의무) 사모펀드 규제 완화 및 일원화 법안 처리 등이 올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올해 증시 최대 화두로 ‘주주참여 확대 및 주주환원 증대’를 꼽았다.

증권가에서 가장 눈여겨 보고 있는 곳은 토종 행동주의펀드인 KCGI(일명 강성부펀드)다. KCGI의 개입은 오너가의 소위 ‘갑질’ 이슈와 겹치며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경영진에 의한 주주 가치 훼손이란 명분이 있어 경영권 개입의 정당성도 확보한 상황이다.

앞서 KCGI는 한진칼과 한진 지분을 각각 12,01%, 10.17% 보유한 KCGI는 감사 1인 선임의 건, 사외이사 2인 선임의 건 등을 골자로 하는 주주제안서를 송부했다. 하지만 한진칼이 KCGI의 주식 매입 시기를 문제삼으며 주주제안 자격이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법원이 한진칼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주주제안은 무산됐다.

29일 열린 한진칼 주총에서도 KCGI의 뜻은 관철되지 못했다. 이날 주총에선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안과 사외이사 선임안 등이 처리됐다. 특히 사측과 KCGI의 표 대결이 예고됐던 석태수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은 참석 주주 찬성 64.46%, 반대 34.54%로 가결됐다.

이에 신민석 KCGI 부대표는 “2대주주이면서도 감시와 견제 기능 제대로 못한거 아쉽지만 앞으로도 주주로서 권리와 의무 다 하겠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한진칼 주총이 KCGI의 패배로 끝났지만 주주행동주의의 기반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 연구원은 “한국 주주행동주의 전반을 보았을 때는 첫 한국형 주주행동주의가 대기업 집단에 대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결과를 만들어 냄에 따라 주주행동주의가 다양한 주식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KCGI와 함께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을 반대해 국내에 이름을 알린 엘리엇 계열 펀드의 투자 자문사인 엘리엇 어드바이저 홍콩(이하 엘리엇)도 현대차그룹과의 표대결에서 패배했지만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말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8조3000억 규모의 고배당 확대 및 추천 사외이사 선임 등을 포함한 주주제안을 발송했다. 현대차에 보통주 1주당 2만1976원의 배당을, 현대모비스엔 보통주 1주당 2만6399원의 배당을 제안한 것이다.

엘리엇의 요구대로 배당금을 산정할 경우 배당금 총액은 각각 5조8295억, 2조5001억원이다. 이는 양사의 당기순이익을 2~3배 웃도는 수준이다. 엘리엇은 양사의 순현금자산이 경쟁사 대비 과대한 초과자본 상태라는 주장했다. 이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이사회는 엘리엇 측의 주주제안을 거부한 상태지만 엘리엇은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 등을 요구하며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집중했다.

양 측은 주총전까지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지난 22일 열린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정기주주총회에선 각 사 이사회가 제안한 안들이 통과됐으며 엘리엇이 제안한 안건들은 모두 부결됐다.

엘리엇 측은 주총 이후 “점점 늘어나는 독립 투자자들과 변화를 지지하는 시장 의견을 고려하면 앞으로 현대차그룹 발전을 위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발한 움직임에 증권가에서는 경영권 침해보다는 주식에 대한 재평가로 주주들의 이익이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송치호 연구원은 “전반적인 한국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핵심 지배지분을 가진 각 기업집단 별 지배구조 상위에 위치한 주식에 대한 재평가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보고서를 통해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을 공격한 뒤 이익이 감소하고 투자가 축소되는 등 기업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행동주의 펀드는 고용, 투자, 영업이익 등 모든 부문에서 기업 가치를 악화시킨다”라며 “기업의 장기적 발전을 통한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장기보유 주주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차등의결권 도입 등 대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주희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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