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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꽃피운 주주행동주의···뜻 깊은 족적 남겼다

[스튜어드십코드, 의미있는 진전①]비로소 꽃피운 주주행동주의···뜻 깊은 족적 남겼다

등록 2019.03.29 17:26

수정 2019.03.29 17:46

김소윤

  기자

주주행동주의, 올해 주총 통해 본격화국민연금,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눈길저배당 지적 상장사 중 7곳 배당 늘려남양유업 등 주주 제안 무시한 사례도

비로소 꽃피운 주주행동주의···뜻 깊은 족적 남겼다 기사의 사진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투자한 기업에 주주로서의 권리를 적극 행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가 본격화되면서 자본시장에 ‘주주행동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주주총회 시즌마다 거수기 역할에 그쳤던 기관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기업들도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이다.

29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3월까지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를 확정지은 기관은 전체 91곳으로 집계됐다. 이대로라면 올해 1분기에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는 기관은 100여곳에 이를 전망이다.

그동안 주주행동주의는 소버린,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 외국계 헤지펀드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6년 ‘장하성펀드’로 불린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가 최초로 등장했지만 행동주의 전략에 우호적이지 않았던 투자환경 탓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016년 12월 국내에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주주행동주의 활성화의 전환점을 제공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주인의 자산을 맡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고객을 대신해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고객의 자산을 선량하게 관리하도록 하는 자율 지침을 뜻한다. 지난 2010년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과 호주, 일본 등 총 20여개 국가에 이 제도가 도입됐다.

올해부터는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이 본격화되고 토종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잇달아 등장하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 효과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배당을 확정한 499개 상장사의 2018 회계연도 배당금은 26조27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배당성향 또한 21.2%로 증가했는데 지난해 유가증권 상장사 배당성향인 16.78%를 크게 웃돌았다.

스튜어드십 코드 본격화와 주주행동주의 확산은 기업들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SK와 BGF리테일, 오리온 등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를 선언했고 감사위원회 도입 의무가 없는 자산총액 2조원 미만 기업들도 감사위원회 설치를 위한 정관 변경안을 주총에 자진 상정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꼽히는 기관투자자는 국민연금이다. 그러나 이들은 그동안의 주총에서 경영진들의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대한항공 경영 일선에서 끌어내린 것이 변화의 사례로 꼽힌다. 지난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통과 기준(찬성률 66.67%)에 약 2.6% 모자라 부결됐는데 2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 11.56%)이 조 회장의 연임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비로소 꽃피운 주주행동주의···뜻 깊은 족적 남겼다 기사의 사진

국민연금은 지난해부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며 기업 경영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왔다. 일례로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총에서 과소배당을 이유로 남양유업, 현대그리푸드, 현대리바트, 한국공항, 케이씨, 광주신세계, S&TC, 대양전기공업, 원익IPS, 휴온스 등 10개 상장자의 재무제표 승인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기업과의 대화 이후 2019년 정기주총까지 배당 정책을 바로잡지 않으면 비공개 중점관리 기업으로 선정하고 3년째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결권 전문위원회를 통해 기업명 공개 결정을 내린다고 밝혔다.

이러한 압박 때문인지 국민연금으로부터 지적받은 기업 10곳 중 7곳은 올해 주총에서 배당을 크게 늘렸다. 실제 작년 저배당 상장사로 지목받은 현대그린푸드는 주당 80원원에서 210원으로 배당금을 올렸으며 현대리바트도 주당 100원에서 290원으로 확대했다.

반면 남양유업은 배당을 확대하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더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며 국민연금과 대립하는 상황이다.

물론 주주행동주의에 나선 기관들이 모두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다. 국민연금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 사내이사 재선임, 손병두 전 전경련 부회장 등의 효성 사외이사 선임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김동중 사내이사 재선임안 등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원안을 뒤집는데는 실패했다.

의결권을 행사한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일부 주주제안 안건도 잇달아 부결됐다. 현대차, 현대모비스와 맞섰던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현금배당과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의 제안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한진그룹과 갈등을 벌인 KCGI는 상법상 주주제안 자격을 인정받지 못해 주총에 안건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이처럼 일각에서는 올해도 주주행동주의가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곳도 있었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유효하거나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이번 주총 시즌에서 주주제안이 부결됐다는 사실보다는 예전과 비교해 주주제안이 활성화됐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CGI의 한진그룹에 대한 공개 제안, 국민연금의 남양유업과 현대그린푸드에 대한 주주제안 이슈는 올해 시장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라며 “의사결정이 합리적인지, 비용은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지 주주로서 감시하겠다는 의미만 시장에 전달되도 기업가치를 제고시키고, 주가 부양이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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