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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첫 스튜어드십코드 적용 눈앞 ···숨죽인 기업들

국민연금, 첫 스튜어드십코드 적용 눈앞 ···숨죽인 기업들

등록 2019.01.17 07:19

수정 2019.01.17 08:26

유명환

  기자

경영 개입에 대규모 투자 및 기술연구·개발 위축“경영 견제로 주주친화 정책 확대 기대”“연금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국민연금, 첫 스튜어드십코드 적용 눈앞 ···숨죽인 기업들 기사의 사진

643조원을 굴리는 국내 기관투자자업계의 ‘맏형’ 국민연금이 한진칼·대한항공에 대해 첫 스튜어드십코드(기관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시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대와 우려가 충돌하고 있는 모양새다.

증권가는 기업 오너 일가의 전횡 견제와 배당 등 주주이익이 극대화 될 것이란 기대가 있는 반면 정부의 기업 경영 개입에 따른 대규모 투자 및 기술연구·개발(R&D) 등이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가 돈을 댄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충직한 집사(steward)처럼 투자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행동 지침이다.

한국에선 지난 2016년 말 도입됐으나 스튜어드십코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관투자자는 거의 없었다. 현재 스튜어드십코드를 채택하고 있는 기관투자자는 총 51곳으로 현재까지 이렇다 할 만한 행동을 보이는 기관은 없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칼끝을 모으면서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오는 3월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이사 연임에 반대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위는 CJ E&M과 CJ오쇼핑 합병안에 대해서 찬성하지 않고 주식을 되사달라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주주총회가 취소되는 했지만,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표명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이를 눈감아 준 것이 화를 키웠다”라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설 경우 기업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효성, 대림산업, SK네트웍스, 두산 등 주요 대기업 지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가 최근 공개한 ‘2018년 4·4분기 기준 주식 대량보유 내역’을 살펴보면 대림산업(13.54%), 신세계(13.62%), 대한항공(11.68%), 삼성전자(10.05%), LS(12.04%), GS건설(12.13%), 현대위아(12.31%), CJ제일제당(12.41%) 등은 10% 넘는 지분을 갖고 있다.

기금운영본부가 공개한 기업은 총 131개로 대부분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고, 5% 미만을 갖고 있는 회사는 15개사에 불과하다.

증권가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행사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저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낮은 배당성향”이라며 “국민연금의 경영 견제로 기업이 친주주 정책을 펴면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상반된 입장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의 진정한 의미를 살리려면 우선 국민연금의 독립성부터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K가 대기업 일반 지주사 가운데 처음으로 올해 중간 배당을 시행했고 삼성전자는 지난해(5조8000억원) 대비 65.52% 늘어난 9조6000억원을 올해 배당할 계획이다.

손세훈 NH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2017년 기준 KOSPI 평균 배당수익률(보통주)은 1.86%, 배당성향은 16.02%”라며 “이를 크게 하회하는 기업들 중 연기금 및 기관투자자 지분율이 높은 기업들과 관련 배당 정책 개선을 비롯 주주친화적 정책으로의 변화를 눈 여겨 보아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독립성 문제도 부각됐다. 전광우 연세대학교 교수는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선행되지 않은 채 스튜어드십코드를 기업에게 적용할 경우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 했다. 실제 국민연금은 외국과 달리 독립적인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세게 3대 연금기중 하나인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는 주식을 외부 기관에 위탁해 운영한다.

GPIF 기금은 운용위원회는 의결권 행사에 관한 기본지침만 위탁기관에 제시할 뿐 기업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판단을 위탁기관에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자체적인 의결권 행사지침도 갖고 있지 않고, 이 때문에 GPIF는 각종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한계가 있는데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에는 독립성과 책임성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한 방안이 반영돼 있지 않다”며 “국민연금의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이 복지부 장관이고 당연직 위원 4명이 주요 부처 차관인 상황에서 독립성 확보 방안 없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용한다면 국민연금의 정치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웨이 유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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