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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등록 :
2019-01-10 12:27

㈜한진으로 우회한 KCGI… ‘조양호 경영권’ 압박 노골화

한진 지분 8.03% 확보, 2대주주 올라
한진칼 경영개입 불확실성에 노선 급 변경
추가 지분 매입 준비…임기만료 감사자리 노려
국민연금, 표대결시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무게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KCGI는 지난해 한진칼 2대 주주에 오르며 경영참여를 노렸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한진으로 노선을 틀었다. 한진 주요주주의 지분을 쓸어모으며 오는 3월 공석이 되는 상근감사 1석을 차지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GI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유한회사 엔케이앤코홀딩스와 특수관계인 2곳은 지난달 26일 505억1200만원을 투입해 한진 주식 96만2133주를 취득했다. KCGI는 보유 주식 8.03%로, 2대주주가 됐다. 한진 1대주주는 22.19%의 지분을 가진 한진칼, 3대주주는 7.41%의 국민연금이다.

KCGI는 주식 보유 목적에 대해 “장래에 회사의 업무집행과 관련한 사항이 발생할 경우, 관계법령 등에서 허용하는 범위 및 방법에 따라 회사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행위를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경영개입 의도를 드러냈다.

한진 주식 5% 이상을 보유하며 주요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던 쿼드자산운용(6.49%)과 조선내화(5.97%)는 각각 보유 지분 4% 이상을 팔아치웠다. 이들 매각 지분 상당수는 KCGI가 흡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기준 지분율은 쿼드자산운용 1.87%, 조선내화 1.53%다.

한진칼과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한진 주식은 지난해 3분기 기준 34.59%였지만, 지난해 말 33.13%로 낮아졌다. 특수관계인이던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과 자녀인 조유경, 조유홍 등 3인이 보유 지분 1만5210주를 전량 처분한 영향이다.

KCGI가 한진 지분을 사들인 이유를 두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지만, 조 회장 일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데 무게가 쏠린다. 앞서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2대주주로 올라서며 경영활동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조 회장측 방어로 상황이 녹록치 않다.

KCGI는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하며 총수일가 경영원에 대한 본격적인 압박에 나섰다. 현행법상 PEF가 경영 참여 목적으로 투자하려면 기업 지분을 처음 취득한 뒤 6개월 이내에 1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KCGI는 한달 뒤 한진칼 지분 1.81%를 추가로 확보하며 경영 참여 발판을 마련했다.

재계에서는 KCGI가 이사진 교체 등의 방법으로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먼저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윤종호 상근감사와 김종준 사외이사 자리를 노릴 것이라는 추측이다.

하지만 한진칼은 단기차입금 1650억원을 조달, 자산 총규모를 2조원 이상으로 만들며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법인은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한진칼은 자산을 불려 현행 1인 감사를 3인 이상의 감사위원회로 바꾸고 조 회장의 영향력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췄다.

상근감사 선임은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데 반해, 감사위원회는 대주주 의결권의 제한없이 사외이사 구성이 가능하다. 또 발행주식 3%를 초과하는 최대주주 지분은 감사위 위원을 선임·해임할 때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KCGI는 한진칼 경영참여가 불투명해지자 한진으로 우회, 공격적인 지분 매입으로 총수일가에 대한 압박 강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경영 참여를 위한 지분 10% 기준을 맞추기 위해 추가 지분 매입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CGI는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이근희 상근감사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한진 자산 규모는 아직 2조원을 넘지 못해 감사위 설치가 불가능하다. 대신 상근감사를 선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에 조 회장 측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표 대결에 나서더라도 KCGI가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조선내화는 KCGI 펀드 출자자 중 한 곳이어서 KCGI 편에 설 확률이 높다. 3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앞세워 경영참여형 주주활동에 나선 만큼, KCGI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민연금이 KCGI에 표를 던지만, 소액주주들도 KCGI로 기울게 것으로 보인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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