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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국토부, ‘진에어 사태’ 사과 없었다

‘미꾸라지’ 국토부, ‘진에어 사태’ 사과 없었다

등록 2018.08.17 13:52

수정 2018.08.17 14:28

주혜린

  기자

국토부 “면허유지 실익이 더 커 면허취소 않기로” 결정면허 취소 애초에 불가능?···‘상충 항공 관련법’ 모순항공법 숙지 못해 사태 키워놓고 법령 탓으로 돌려

‘미꾸라지’ 국토부, ‘진에어 사태’ 사과 없었다 기사의 사진

국토교통부가 4개월만에 진에어의 면허를 취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면허를 취소할 경우 근로자 고용불안정 등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행 법령상 진에어의 면허 취소는 애초에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면허취소의 근거가 되는 항공 관련법 조항이 개정될 당시 심각한 오류가 있었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김정렬 국토부 2차관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외국인이 등기임원으로 재직한 사실이 알려져 항공사업법 위반 논란이 일었던 진에어에 대해 “면허취소자문회의와 국토부 내부논의를 거쳐 면허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진에어의 면허유지를 결정한 배경으로는 1900명에 달하는 진에어 직원들의 고용불안의 염려가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외국인의 국내 항공사 지배를 막기 위한 해당 조항 취지에 비해 조현민(진에어)의 등기임원 재직으로 인해 항공주권 침탈 등 실제적 법익 침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조항을 들어 장기간 정상 영업 중인 항공사의 면허를 취소하게 되면 오히려 근로자 고용불안, 소비자 불편, 소액 주주 손실 등 국내 항공산업 발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 4월 조현민의 이른바 ‘물컵’ 사건 최초 보도 이후 미국 국적 조현민이 항공법령을 위반하여 과거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한 것을 인지하고 지난 6월29일에 법령상 면허취소 여부 결정 절차에 착수했다. 2차례 청문과 직원․협력사․주주 등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및 간담회를 실시하고, 법률전문가 회의 등을 통해 면밀한 법리검토를 진행했다.

진에어는 미국 국적의 조현민이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등기임원으로 재직해 외국인의 등기임원을 못하게 한 항공법(현 항공사업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항공안전법 제10조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1항), 외국 정부나 외국 공공단체(2항), 외국 법인 또는 단체(3항)은 항공기 등록을 할 수 없도록 했다. 또 항공사업법 제9조는 항공안전법 10조를 위반하면 면허 결격 사유로 규정한다.

그러나 관련 항공법 해석을 두고 논란이 일파만파 커져갔다. 항공안전법 10조 5항은 외국인이 법인등기부상 대표자이거나 외국인이 등기 임원 수의 2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이 소유하거나 임차한 항공기는 등록할 수 없게 한다. 즉 외국인 개인은 면허를 받을 수 없지만 외국인이 등기 임원 수의 2분의 1 미만인 법인의 면허를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공사업법 제9조에 외국인 임원을 배제하도록 한 규정이 생기게 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항공사업법은 항공법이 분리되면서 만들어졌는데, 문제의 조항이 만들어진 것은 1991~1992년 항공법 개정 과정에서다. 당시 교통부의 항공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보면 외국인을 항공사 임원에서 배제한 조항은 없다.

당시 법제처는 법률 항목의 ㉮, ㉯, ㉰와 같은 조항을 1,2,3 숫자로 일제히 바꿨는데 이 과정에서 법인에 외국인이 있으면 안된다는 조항이 실수로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결국 진에어가 면허취소 여부를 다투게 된 근거는 항공사업법 제9조와 항공안전법 제10조 등인데, 항공법 자체에 모순이 있었기에 판단이 어려웠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차관은 “항공법상 결격사유에 대한 면허취소 조항은 2008년까지 기속행위(필요적 취소)였으나 2008년~2012년에는 재량행위(임의적 취소)로 변경되었고, 다시 2012년부터 기속행위로 개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리적으로, 면허 결격사유가 임의적 취소사유와 필요적 취소사유에 걸쳐있는 경우 면허취소 여부를 판단시 공익과 사익간 비교형량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 판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진에어는 국토부 청문회 등에서 이 같은 내용을 지적하며 면허 취소의 위법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관은 “면허 자문회의에서는 진에어와 에어인천의 면허취소 여부에 대해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면서 “법을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 면허를 취소하는 것이 법질서를 지키는 것이라는 일부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청문과정에서 양사 모두 외국인 임원 재직이 불법임을 인지하지 못한 점을 소명한 점, 현재는 결격사유가 해소된 점 등을 고려할 때 면허 취소보다 면허 유지의 이익이 크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면허유지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이 같은 오류가 발생한 사실을 27년간 미쳐 인지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토부가 항공법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결국 불법을 제때 관리감독하지 못해 오늘의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이다.

지난 4월에 발생한 사건을 놓고 면허를 취소하지 않으면서 시간만 끌어서 오히려 시장 혼란을 키워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 김 차관은 “관계 법령상 면허발급 또는 취소 시에는 청문, 이해관계인 의견청취 등 법정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되어 있다”며 “청문 등의 과정에서 사실관계 및 법리 등에 대한 종합적이고 면밀한 검토를 통해 이번에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차관은 “앞으로 국토부는 이번 진에어 사태를 계기로 우리 항공산업이 보다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적극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며 “항공사 대표․등기임원 자격 및 겸직제한 기준 신설 등 면허체계 개편을 위한 항공법령 개정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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