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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영 기자
등록 :
2018-04-16 21:00

수정 :
2018-04-16 21:20

[김기식 사퇴]저승 간 저승사자…금융감독 마비된 논란의 2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돌아온 ‘금융권 저승사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저승으로 내몬 것은 결국 저승사자라는 꼬리표를 달아 준 국회의원 시절의 행적이었다.

취임사를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했던 김 원장은 지난 2주간 금융감독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서 자신만 보호하다 떠나게 됐다.

지난 2일 취임한 김 원장은 취임 첫 주 주말을 앞두고 피감기관의 돈으로 외유성 해외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된 최흥식 전 원장에 이어 금감원장 2명이 연이어 불명예 퇴진하는 사상 초유 사태의 발단이었다.

제19대 국회의원 출신으로 2014~2016년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를 역임한 김 원장은 피감기관 3곳이 주관한 해외출장을 다녀와 일명 ‘황제 외유’라는 비판을 받았다.

2014년 3월 한국거래소가 주관한 우즈베키스탄 출장(2박 3일)을 시작으로 2015년 5월 우리은행 주관 중국·인도 출장(2박 3일), 5~6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관 미국·유럽 출장(9박 10일)을 다녀왔다.

KIEP 출장의 경우 당시 인턴 신분에 불과했던 여성 비서가 동행했고, 해당 비서는 출장 이후 초고속 승진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은 논란의 시작일 뿐이었다. 범야권을 중심으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김 원장이 참여연대 재직 시절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미국 스탠퍼드대 방문연수를 다녀왔고, 국회의원 임기 말에는 정치자금을 사용해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는 폭로가 나왔다.

김 원장은 참여연대에 재직 중이던 2007년 12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스탠퍼드대 부설 아시아·퍼시픽 리서치센터에 방문연구원으로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기관에 대한 기부자 명단에 있는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대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원장이 국회의원 임기 말 남은 정치후원금을 소진하기 위해 KIEP 출장에 동행했던 여비서와 함께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도 이어졌다.

이러한 의혹이 제기된 10일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뇌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김 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이후에도 김 원장이 국회의원 임기 말 정치후원금으로 더미래연구소에 5000만원을 후원했으며, 의원 임기 만료 후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이 보다 많은 8550만원의 급여를 챙겼다고 알려져 도마에 올랐다.

또 의원 임기 만료 전 8000만원 규모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는데 연구용역의 대가로 1000만원을 받은 한 대학 교수가 500만원을 더미래연구소에 기부해 사전에 짜 맞춘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김 원장은 잇따른 의혹과 관련해 피감기관 지원 출장이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만 인정했을 뿐, 대부분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 원장은 10일 증권사 사장단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시기에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다시 한 번 죄송하다”면서도 “외유나 로비성이 아니고 나름대로 공적 목적을 갖고 했고, 갔다 온 뒤에도 어떤 특혜나 대가 없이 원칙에 따라 예산 삭감 등 조치를 했다”고 해명했다.

사흘 새 의혹이 추가로 제기된 13일에는 자산운용사 사장단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김 원장을 적극 옹호하던 청와대는 전날 김 원장 관련 의혹에 대한 판단을 요청하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의 질의서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냈다.

이날 검찰은 외유성 해외출장과 정치후원금 출연 의혹과 관련해 한국거래소, 우리은행,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더미래연구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한 발작 물러서있던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날 서면 메시지를 통해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며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춰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논란에 대한 검증과 거취에 대한 결정을 임면권을 쥔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 떠넘긴 사이 금감원의 업무는 마비됐다.

서둘러 현안을 파악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금감원장은 쉴 새 없는 논란에 발이 묶여 힘이 빠졌다.

새로운 의혹이 나올 때마다 해명에 진땀을 흘린 김 원장도, 이에 동원된 금감원 직원들도 피로도만 쌓였다.

김 원장이 취임 이후 한 것이라곤 16일 저축은행 사장단 간담회까지 총 3차례 보여주기용 간담회가 고작이다. 이마저도 앞서 증권사 사장단 간담회 경우 삼성증권의 일명 ‘유령주식’ 배당사고에 따른 뒷수습을 위해 마련된 불가피한 자리였다.

내부 인사와 조직을 손질하기 위한 ‘경영혁신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하기도 했지만, 이 또한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내부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김 원장이 취임사를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했지만, 결국 자신을 보호하는 데에만 시간을 허비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장기영 기자 j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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