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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흔드는 수상한 ‘애국심’ 프레임

금호타이어 흔드는 수상한 ‘애국심’ 프레임

등록 2018.03.29 09:46

차재서

  기자

타이어뱅크 이어 투자업체도 인수전 가세 “6억달러 투자 제안···산은 회신 기다릴것”산은 “허무맹랑한 주장···대응할 가치 없어”“中매각 안된다” 호소에 특정인 개입 의혹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금호타이어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금호타이어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금호타이어가 중국으로 매각되는 것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

채권단이 제시한 협상 시한을 이틀 앞두고 금호타이어 인수를 자처하는 업체가 또다시 등장하면서 금호타이어의 더블스타 투자유치 작업이 막판 대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중국으로 넘어가서는 안된다며 ‘애국심’을 자극하는 게 이들의 공통된 태도다. 다만 매각을 막겠다는 강력한 어조와 달리 다소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건만 앞세우고 있어 이번 사태의 배경에 강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신들을 미국투자업체라고 소개한 ‘S2C케피탈’이 금호타이어와 채권단 측에 6억달러(6423억원) 규모의 재무적 투자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전날 인수의사를 내비친 타이어뱅크에 이어 인수전에 뛰어든 두 번째 사례다.

이날 ‘S2C케피탈’ 측은 “호남 대표기업 금호타이어가 중국에 매각된다면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면서 “금호타이어는 세계적인 글로벌타이어로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군항공기 타이어와 군수용타이어를 생산하고 있어 더욱 지켜야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상증자를 통한 주식담보 방식으로 6억달러를 최소 3∼5년간 연 3%로 대출하는 한편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었다”면서 “30일로 다가온 금호타이어 법정관리 등을 막고자 산업은행과 긴급자금투자를 협의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자금은 투기성 자금이 아닌 공익적 성격을 가진 안전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모든 것은 산업은행 측이 금호타이어 재무적 투자에 따른 협상을 요청해오면 상세히 입증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는 새로운 업체가 나타나자 산업은행 측도 적잖이 당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물론 산은 측은 “해당 업체로부터 제안을 받은 것은 맞지만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건이 허무맹랑한데다 보내온 문서 자체도 서명이 누락돼 있는 등 부실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30일을 넘기면 자율협약을 중단한다는 채권단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특히 6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S2C케피탈’의 제안은 절차상 문제를 떠나 근본적으로 산은 측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 조건이기도 하다.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이동걸 산은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정상화시키려면 최소 7000억원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단지 6000억원에 불과한 자금으로는 정상화 작업의 핵심인 중국공장을 처리하는 데 그칠뿐 국내공장을 회생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사실 타이어뱅크 측을 겨냥한 발언이었는데 비슷한 금액을 제시한 ‘S2C케피탈’에 대해서도 이 회장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금호타이어에 관심을 드러내는 국내 업체가 추가로 부상하면서 더블스타 투자유치 작업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매각을 반발해온 금호타이어 노조는 타이어뱅크가 인수 계획을 발표한 당시에도 환영의 뜻을 표시하며 막판까지 채권단과 협상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가운데 새 업체가 등장했다는 소식은 30일 총파업을 준비 중인 노조 측 행보에 힘을 실어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이번에 나온 ‘S2C케피탈’ 측 주장이 타이어뱅크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 재무적 투자를 제안했다는 내용을 빼면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듯한 이들의 브리핑 자료는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없지 않다. 국내 유수의 기업이 다른 나라로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외부에서는 특정 세력이 개입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금호타이어 협상 시한이 임박한 시점에 비슷한 조건을 앞세운 두 업체가 등장하면서 거래가 혼선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뒤늦은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산은 측은 기한이 지나면 자율협약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이동걸 회장은 “30일이 지나 자율협약이 종료되면 다음주 월요일 몇백억원의 어음이 부도처리되고 자동적으로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면서 “산은의 손을 떠나면 법률적 절차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블스타가 자본유치 의사를 철회할 가능성을 놓고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며 “그런 불상사가 생기면 더이상 제3자 등에 대해 논의할 의미가 없는 만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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