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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아파트’는 국토부가 만든 작품

[현장에서]‘로또 아파트’는 국토부가 만든 작품

등록 2018.03.19 16:20

수정 2018.03.21 16:51

손희연

  기자

정부 규제가 오히려 분양가 낮추기로 변질현금 부자들만 청약 시장 발 들일 수 있어

8·2 대책 무색한 강남 로또 청약 ‘신반포 센트럴자이’ 모델하우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8·2 대책 무색한 강남 로또 청약 ‘신반포 센트럴자이’ 모델하우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로또 아파트(청약)라는 말은 솔직히 정부(국토부)에서 만든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하죠”(부동산에 관심 많은 30대 청년)

“요즘 수요자들이 바보도 아니고, 부동산 전문 지식이 별로 없는 저도 다 아는 사실(로또 청약 시세차익) 입니다, 현금만 많으면 당연히 로또 아파트 들어가죠, 들어가기만 하면 시세차익으로 5억원 정도는 그냥 벌 수 있다는데··· 부럽네요. 현금 부자들이”(직장생활 5년차 어느 평범한 직장인)

로또 청약, 로또 아파트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으며 떠오르고 있는 단어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로또 청약 아파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시세 차익에서 공돈이 그냥 생기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새 정부가 연일 발표한 부동산 규제가 로또 청약 아파트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게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는 김현미 장관에게 강남 사람들만 웃게 해주는 정부 정책이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게 나왔었다. 그때마다 김현미 장관은 면밀히 검토해보겠다는 입장뿐.

지난주 주말 디에이치자이 모델하우스에는 많은 방문객의 발길로, 구름인파가 몰리면서 로또 청약 열기를 짐작하게 했다. 이에 집값을 잡고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외쳤던 정부의 의도와는 다른 로또 청약으로 인한 과열 현상으로 집값 불안만 부추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자산의 여력이 넉넉한 ‘현금 부자’, ‘금수저’, ‘다주택자’만 배불러 주기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서민들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줄곧 외쳤던 정부의 의도에 의구심이 든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GS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의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애초 평균 분양가를 3.3㎡당 4243만원으로 잠정 확정됐다가 지난해 개포택지개발지구에 공급됐던 ‘래미안 강남포레스트’ 분양가와 똑같은 3.3㎡당 4160만원으로 내렸다. HUG의 분양 보증 심사 허가를 받기 위해 시공사들이 분양가를 낮춰서 책정했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SK건설과 롯데건설 컨소시엄이 같은 날 분양한 ‘과천 위버필드’는 분양가를 3.3㎡당 2955만원에 맞췄다. 지난해 1월 분양한 인근 단지인 ‘과천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의 분양가와 같은 수준이다. 같은 지역이더라도 기존에 공급됐던 단지보다 다소 높게 책정하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HUG의 분양보증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분양가를 낮춘 것이다.

시장은 정부의 규제대로 정책을 지키고 있지만 참 역설적이게도 시세 차익으로 로또 청약이라는 호칭을 얻으며 부동산 청약 시장이 과열 현상까지 빚고 있다. 가장 큰 이유에는 시세차익이 꼽힌다.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청약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84㎡ 분양가는 13억~14억원대에 책정됐다. 주변의 개포 디에이치 아너힐스 아파트나 래미안 블레스티지 아파트 84㎡짜리 분양권 시세가 20억원을 넘기 때문에 당첨만 되면 6억∼7억원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 4억~5억원은 차익을 남길 수 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들어가고 보자”라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투기 세력을 잡겠다는 정부의 예상과는 다르게 서민보다는 현금 부자, 금수저로 불려오는 잔금이 넉넉한 수요자들만 배불러 준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도 한몫한다. 지난해 7월 이후 분양가격이 9억원을 넘는 분양 단지는 HUG의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대상에서 제외됐다. 시공사는 중도금의 40%까지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신용 보증을 하는 방식을 검토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결국 현금을 갖고 있지 않은 실수요자들은 청약시장에 명함도 못 내밀게 된 꼴이다.

분양을 받으려면 계약금과 중도금을 합해 전용 63㎡는 7억원, 84㎡는 1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전용 84㎡를 분양받으려면 계약금(10%)만 1억4000만원 가량 필요하다. 중도금은 8억원 정도가 있어야 한다. 무주택자가 전세금 대출이나 신용 대출로 이만한 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즉 돈 많은, 현금 부자들만이 청약 시장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정부가 오히려 경쟁만 부추긴 현상을 만든 꼴이다라는 평을 내놓는다. 투기세력을 잡자고 내놓은 규제들이 ‘돈(현금) 많은 사람의 리그’로만 치부된다는 것이다. 현금이 없다면 청약해도 무용지물이다. 당첨됐다가 계약금과 중도금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면 향후 5년간 재당첨의 기회를 날리고, 청약통장만 소모되기 때문이다. 실제 로또 아파트 단지로 불렸던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서밋의 경우 128가구가 미계약·부적격 물량으로 드러났다. 예비 당첨자 계약에서도 이 물량을 소화하지 못했다. 현금 조달 능력이 부족한 계약자가 대거 포기하는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부의 기존 내놨던 정책들을 다시 한번 돌이켜 봐야 할 시점이다. 정책의 기존 취지와 시장의 정체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분양단지의 주변 아파트값이 급락하지 않는 이상 '로또 아파트'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분위기다.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수요자들의 관심은 식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들어가고 싶은 로또 아파트이기 때문.

서민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부동산 시장의 집값과 안정화를 외쳤던 정부가 정작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결국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오히려 평생 내집 마련의 꿈을 위해 사는 서민들만 청약 시장에서 소외되는 현상만 일어나고 있다. 쉽지는 않아 보이는 길이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와 투기 세력 잡기 등 정부의 정책 의도를 실행하면서 로또 아파트라는 서민들은 명함도 못 내미는 청약 시장을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한 정부의 현명한 대처를 기대해봐야 할 시점이다.

뉴스웨이 손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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