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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일본롯데 대표이사직 사임 노림수는

신동빈 회장, 일본롯데 대표이사직 사임 노림수는

등록 2018.02.23 13:07

이지영

  기자

“재계 5위 ‘롯데’ 일본에 빼앗길수도” 일침‘검찰수사·사드부지’ 등 정치적 희생양 강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그래픽=박현정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그래픽=박현정 기자

법정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롯데는 창사 이후 70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인에게 사실상 최고 경영자를 내줬다. 그동안 신 회장은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과 공동대표를 맡고 부회장으로서 1인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신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에서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다. 이사직과 부회장 직함은 유지한다. 신 회장이 자유의 몸이 되면 얼마든지 다시 대표직에 복귀해 ‘원톱체체’를 부활시킬 수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확대하며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현재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개인지분은 4%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제치고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일본 주주들에게 명분과 상징성을 제공한 셈이다.

신 회장의 사임 소식 전해지자 국내 여론은 동요했다. 연매출 5조원, 국내 재계 5위 롯데가 설립 이후 처음으로 일본인 손에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증폭됐다. 이는 신 회장이 우리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여론의 입을 통해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신 회장의 사임 직후 롯데그룹은 공식 입장자료롤 통해 “지난 50년간 시너지를 창출해온 한-일 양국 롯데의 협력관계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신 회장이 스스로 사임한 결정적인 이유는 ‘이사회에 의한 해임’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지만, 동시에 롯데를 수렁에 빠뜨린 야속한 한국 정부에 소리없이 일침을 가하고 싶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일 롯데의 협력관계가 악화 될 것’이라는 공식 입장 자료의 대목을 보면 신 회장이 “내 손발을 꽁꽁 묶어 놓으니 한국 경제를 이끄는 롯데가 일본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 들린다.

신 회장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2년여 동안 정부는 야속할 정도로 롯데에 모질게 굴며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롯데 참사’는 지난 2016년 총선에서부터 시작됐다. 여당이 참패하며 전국 주도권은 야권으로 넘어갔다. 여당 내부에서는 파열음이 났고, 정부는 위기에 몰렸다. 민심을 돌려놓을 희생양이 필요했다. 우연이었을까. ‘형제의 난’을 겪으며 시끄러웠던 롯데에 검찰 수백명이 들이닥쳤다. 한동안 정치적 이슈는 롯데에 묻혔다.

석달 뒤 정부는 사드부지로 롯데골프장을 결정했다. 국가 안보를 위해 땅을 내놓기로 한 신 회장의 결정은 결국 수십조원을 투자한 중국시장을 통째로 내놓은 결과로 이어졌다.

현재 롯데의 상황은 참담하다. 중국에서 거의 쫓겨나는 상황이다. 중국에서 발을 빼고 싶어도 뺄 수 없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중국정부의 보복으로 만신창이가 된 것이다.‘한한령’ 조치로 롯데 호텔과 면세점에 유커들의 발길은 끊긴 지 벌써 일년이다. 3조원이나 들여 중국판 롯데월드를 만들려는 ‘선양프로젝트’도 공사가 중단된 지 오래다. 112개 롯데슈퍼와 마트는 대다수가 1년째 사드보복 조치로 인한 ‘영업정지’가 안풀려 문을 닫은 상태다. 손실액만 1조원이 넘는다.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하기 힘들어 롯데는 급기야 현지 112개 점포를 팔려고 내놨다. 하지만 이마저도 안 풀리고 있다. 시장을 철수한다는 롯데에 심기가 틀어진 중국 당국이 매각 승인을 내주질 않는다. 당시 후폭풍을 예상한 신 회장은 “정부에 다른 땅과 교환 말고 그냥 수용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정부는 거절했다. 때문에 중국은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조차 먹혀들지 않았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신 회장의 처지는 처참하다. 성공적인 동계올림픽 개막의 가장 큰 공신이지만 경기 하나 직접 볼 수도 없는 신세다. 신 회장은 이번 동계올림픽이 성황리에 마칠 수 있도록 그룹 사활을 걸고 앞장섰다. 경영권 분쟁, 검찰수사 등으로 실추됐던 롯데의 이미지와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였다.

그는 자신이 직접 나서서 외교활동을 펼치며 동계올림픽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국제스키협회장과 각국 카운슬과 만남도 추진하고 올림픽 공식 후원도 자처해 수백억원의 큰 돈을 투자했다. 계열사 파워를 이용해 마케팅에도 앞장섰다. 그러나 법정 구속으로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대한스키협회장 직무는 정지됐고 자신이 만든 국제스키연맹 만찬 등 모든 일정도 참여하지 못했다. 손님들을 초대했는데 주인이 집을 비우게 된 격이라 각 국가 귀빈들의 문의는 쏟아졌다. 공들여 세운 탑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일본 주주들의 믿음을 충분히 얻었다고 알려졌지만, 쓰쿠다 사장이 대리인에 머무르지 않고 신 회장의 중국 손실 등을 돌연 문제 삼으며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경우도 대비를 해야 한다”며 “재계 5위 기업이 일본인 손에 쥐락펴락 하는 끔찍한 상황은 정부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들은 기업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정부가 나선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해결한다”며 “롯데의 잘못은 꾸짖더라도 정부를 위해 희생한 댓가로 엄청난 곤욕을 치르는 것에 대해서만은 정부가 더 이상 침묵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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