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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로부터 온 편지] 박현주 - 소수의 관점으로 보라

편집자주
‘창업자로부터 온 편지’는 한국 경제계의 거목으로 불리는 대기업 창업자들부터 미래를 짊어진 스타트업 CEO까지를 고루 조망합니다. 이들의 삶과 철학이 현직 기업인은 물론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 세대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자수성가 부자’로서의 성공 모델,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을 꼽을 수 있지요.

IMF 외환위기 무렵 경영을 시작, 살아남은 것도 용한데 회사를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글로벌 투자기업으로까지 성장시킨 박현주 회장. 그만의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1989년, 한신투자자문에서 일하던 박 회장은 그를 눈여겨봐온 유성규 상무(전 미래에셋 부회장)의 제안으로 역대 최연소 지점장(을지로 중앙지점) 자리에 오릅니다. 하지만 부실 점포란 현실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는 영업직원 다수를 그들이 원하는 점포로 발령 내며 구조조정에 임합니다. 영업직이 많아야 지점 약정이 좋다는 관행을 벗어난 것. 대신 수많은 연구 과제를 통해 나머지 직원의 훈련에 열중했지요.

“주먹구구식 영업으론 지점의 미래가 없다.”

그 결과 전국 증권사 지점 1,000여개 중 성과 1위를 차지합니다(1992년). 당시 직원은 25명, 영업이 아닌 철저한 시장 분석에 방점을 둔 덕분이었습니다.

당시 지점훈(支店訓)은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는데요.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방한 셈. 관련 사례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2001년 이전 주식형 펀드는 스팟펀드가 주류였습니다. 투자기관들이 오히려 단기투자를 부추긴 것이지요. 그러나 박현주 회장은 차별화 전략에다 ‘장기투자 유도가 이 분야의 의무’란 철학을 더합니다.

“전략이란 남과 다른 그 무엇을 만드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건 하지 않는 것.”

국내 최장수 주식형 펀드 ‘인디펜던스’와 ‘디스커버리’는 그렇게 출시됐습니다.

이들 펀드의 성공으로 장기펀드는 대세가 됩니다. ‘장기’란 개념만으론 차별화가 어렵게 된 셈. 이에 박 회장은 해외로 눈을 돌렸지요. 인재 영입과 과감한 투자 끝에 해외 섹터펀드인 ‘아시아 컨슈머펀드’를 내놓습니다.

차별화 전략은 사업 전개는 물론 회사의 비전 전반에 적용됐습니다.

“성장이란 새로운 걸 창출하는 것이지, 이미 가진 것에 플러스를 하는 게 아니다.”

단순히 매출액이나 외형이 커지는 건 진짜 성장이 아니란 의미. 미래에셋이 새로운 시장 개척으로 성장해온 건 그의 이 같은 철학에 기인합니다.

미래에셋의 작품에 유독 ‘최초’란 수식어가 많이 붙은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국내 최초 뮤추얼펀드 ▲국내 최초 인덱스펀드 ▲ 국내 최초 개방형 뮤추얼펀드 ▲국내 최초 랩어카운트 상품 ▲국내 운용사 최초로 인도와 중국 진출…

박 회장은 조직관리 면에서도 틀을 깼습니다. 회의를 회장실 대신 업무 현장에서 하는 식. 일명 ‘스탠드 미팅’으로 실무자와 대면하기 위함이지요. 그에겐 회장과 말단 직원 간 소통도 언제든 이뤄져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원이 대리에게, 대리가 과장에게, 과장이 부장에게, 그리고 계속해서 윗선으로 줄줄이 보고해야 하는 체계라면 조직은 관료주의로 물들고 말 것.”

비서실장과 전용 임원층이 따로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장급 이상만 독자 공간이 있고 부사장 이하는 실무자와 칸막이를 나눠 쓰는 사무실 배치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는 그의 신념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 같은 다름들을, 박 회장은 ‘소수의 관점’이라 일컫습니다. 지금의 소수가 앞으로도 소수인 건 아니며, 오히려 그 반대가 더 많다는 게 역사가 보여주는 사실이란 것.

“소수의 입장이 장기적 트렌드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언젠가는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게 된다.”

물론 차별화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진 않습니다. 핵심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두려워 말란 뜻에 있겠지요.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 창립 20주년 기념사에서 고두현 시인의 시 ‘처음 출근하는 이에게’를 인용합니다.

지금 네가 열고 들어온 문이
한때는 다 벽이었다는 걸
쉽게 열리는 문은
쉽게 닫히는 법
들어올땐 좁지만
나갈땐 넓은 거란다

혁신적 시도들은 처음엔 낯설었지만 결국 상식이 됐습니다. 누군가 가지 않으면 어떤 멋진 길은 존재를 알릴 수도 없을 터. 나만의 그 길, 한국 사회에서 자수성가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상상해봄직 합니다.

이성인 기자 si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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