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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으로 갚아라” vs “주식 주겠다”···동화면세점 최대주주와 호텔신라 ‘대립’

“현금으로 갚아라” vs “주식 주겠다”···동화면세점 최대주주와 호텔신라 ‘대립’

등록 2017.05.31 16:25

임정혁

  기자

호텔신라, 김기병 회장에 ‘주식매매대금’ 청구소송

“현금으로 갚아라” vs “주식 주겠다”···동화면세점 최대주주와 호텔신라 ‘대립’ 기사의 사진

국내 최초 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의 최대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과 호텔신라의 분쟁이 소송까지 번졌다.

김기병 회장은 원칙에 따라 주식을 담보로 빌린 돈을 주식으로 갚겠다는 주장이다. 반면 호텔신라는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줬으나 계약 조항에 따라 이를 돈으로 갚으라는 입장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김기병 회장을 상대로 주식매매대금 청구소송을 지난달에 내고 김 회장의 롯데관광개발 주식에 대한 채권 가압류를 신청했다. 그 결과 일부가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채무를 놓고 양측의 입장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 원활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모습이다.

발단은 4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텔신라는 지난 2013년 김 회장의 동화면세점 주식 19.9%를 600억원에 매입했다. 그러면서 계약 체결 이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계약했다. 김 회장이 해당 주식을 재매입하지 못하면 담보 설정된 김 회장의 동화면세점 지분 30.2%(54만3600주)를 호텔신라가 가져가기로 한 셈이다.

지난해 6월 계약 체결 3년이 지나면서 호텔신라는 풋옵션을 행사했다. 19.9%에 상응하는 돈을 달라고 김 회장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김 회장 측은 주식 재인수 여건이 안 되니 담보 설정된 동화면세점 주식 30.2%를 가져가라고 대응했다.

그러자 호텔신라는 주식 처분금액을 반환하라며 소송으로 맞섰다. 호텔신라 측은 “계약서에 돈으로 갚아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며 “돈을 빌려 갔으니 갚을 돈을 계약에 따라 돈으로 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으로도 호텔신라는 대기업으로 분류돼 중소 면세사업자인 동화면세점 경영권을 넘겨받아도 운영할 수 없다는 게 관세청의 해석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동화면세점의 설명은 또 다르다. 동화면세점은 지난 30일 입장 자료를 통해 “호텔신라의 태도는 계약 내용을 위반한 불공정 행위”라며 “호텔신라가 주식매매계약을 공정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동화면세점은 “2013년 주식매매계약 작성 당시 김 회장이 호텔신라의 동화면세점 지분을 재매입하지 못하면 30.2%를 위약벌로 가져가는 대신 일체의 추가 청구를 하지 않겠다고 계약서상에 명시했다”며 “주식매매계약과 질권설정계약에 따라 담보 지분을 호텔신라에 귀속시키겠다고 통보한 만큼 호텔신라의 소송 제기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내에선 양측의 대립이 뚜렷한 평행선을 보여 법적 해결이 아니면 쉽사리 대립각이 풀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화면세점에서는 계약서 일부 언론 공개 등으로 반박하고 있고 호텔신라에서는 개인이 빌린 돈을 왜 돈으로 갚지 않고 동화면세점까지 끌어들이는지 갸우뚱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계약 조건이 명백한 사안을 두고도 양측이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시내 면세점의 위상이 추락해 이를 인수하지 않겠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업계 내에 존재한다.

면세점 업계에선 최근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등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매출이 떨어지는 가운데 시내 면세점 수는 오히려 늘어 경쟁만 치열해졌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의 5월 2~3주차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신세계면세점의 5월 매출도 2월 대비 20~30% 줄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SM면세점 서울점 역시 최근 6개 층의 판매 층을 4개 층으로 줄이며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동화면세점을 둘러싼 법리 다툼이야 원칙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판결이 나오겠지만 양 쪽 모두 시내 면세점을 손에 넣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최근 업계의 어려움이 엿보이는 것 같아 씁쓸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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