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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등록 :
2017-05-3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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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더 이상 ‘유커’는 없다

‘유커(遊客)’가 미디어에 등장한 것은 2011년을 전후해서다. 관광객을 뜻하는 중국어 발음 ‘여우커’를 가져와 썼다. 이제껏 일본인 관광객을 ‘칸코캬쿠’라 부르고 미국인 관광객을 ‘투어리스트’라고 칭한 적은 없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은 대내외 모두 유커로 통용된다. 유커가 국내 관광 시장의 큰손으로 뜨면서 특수 명칭을 쓴다는 게 정설이다.

2000년대부터 중국 내 여행 자유화가 싹텄는데 때마침 ‘한류 열풍’과 운때가 맞았다. 한류를 접한 중국인 관광객들은 곧바로 ‘무비자’ 관광국인 한국을 찾아 유커가 됐다. 국내 면세점과 백화점은 만세를 불렀다. 명동과 제주도 등 주요 관광지에는 중국어 안내판이 보편화 됐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밀려오는 유커를 위한 마케팅이 유통 업계 여기저기 넘쳐났다.

하지만 ‘가물에 돌 친다’고 했던가. 유커만 바라보던 국내 유통 업계는 속절없이 당했다. 지난 3월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 보복 조치로 ‘금한령’을 내리면서 유커들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마트들은 영업 정지에 처했다. 평일에도 유커들로 붐볐던 명동과 제주도는 하도 사람이 없어서 공기가 맑아졌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았다.

그나마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국의 금한령 해제가 감지된다. 유커의 발걸음이 다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유커만을 위한 유통 업계와 정부 정책의 ‘올인’은 수명이 다했다는 걸 이번 사태에서 목도했다. 중국은 언제든 통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사회주의 국가다. 게다가 그들은 세계를 주무르는 강대국이란 자부심 아래 자국 이익에 반하는 걸 눈앞에 두고는 못 사는 성격이다.

유커 환상이 깨진 유통 업계 일각에서는 이참에 일본과 베트남을 포함해 동남아 국가에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 이상 유커는 없다는 냉정함이 필요한 때다.

임정혁 기자 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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