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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변화’를 선택하다

[트럼프 시대 열리다]미국, ‘변화’를 선택하다

등록 2016.11.09 16:36

수정 2016.11.09 17:45

이창희

  기자

돌풍의 트럼프, 예상 뒤엎은 역전승신뢰잃은 기성정치···‘아웃사이더’의 반란치솟는 ‘불확실성’···대내외 혼란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사진=트럼프 캠프도널드 트럼프. 사진=트럼프 캠프

혹시나 했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예상치 못한 이변이 일어났고 앞으로 더욱 극심한 변화와 혼란이 휘몰아칠 전망이다. 제 45대 미국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됐다.

◇경합주에서 승부 갈렸다
트럼프는 8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전체 538명의 선거인단 중 270명 이상을 확보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꺾고 승리했다.

개표 초반에는 주류 언론들의 예상대로 클린턴이 호조세를 보였다. 클린턴은 8개 주에서 승리해 68명의 선거인단을 얻어 6개 주 48명에 머무른 트럼프에 앞서나가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그러나 트럼프는 캔자스와 네브래스카, 와이오밍 등 중부 지역에서 차례로 승리하며 차곡차곡 선거인단을 확보했고 텍사스와 아칸소를 가져오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분수령으로 꼽힌 플로리다를 잡고 조지아에서도 승리하면서 승기를 굳혀나갔다. 뉴욕타임즈가 트럼프의 당선 확률을 95%로 예상한 시점도 이때부터다.

클린턴은 전통적 민주당 강세 지역인 캘리포니아에서 55명의 선거인단을 흡수하며 따라붙었으나 더 이상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대표적 3대 경합주인 오하이오와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를 모두 내준 것이 뼈아팠다. 지난 1960년 이래 이들 중 2곳에서 승리하지 못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가 없다는 것이 다시금 반복됐다.

반면 트럼프는 위 3곳을 포함해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등 경합주를 모두 싹쓸이했다. 또한 중서부 공업지역이자 전통적 공화당 강세 지역인 러스트벨트(인디애나·켄터키·웨스트버지니아)를 안정적으로 지켜낸 것도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막판추격 성공한 트럼프···안이했던 클린턴
지난해 기성 정치에 대한 심판론을 제시하며 정치권에 뛰어든 트럼프는 초반 열풍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으나 실제 대통령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극히 드물었다.

그는 문제성 가득한 발언들을 거침없는 언어로 쏟아내고 돌출 발언을 이어가면서 유권자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중산층 이하 백인들이 열광적인 지지를 보낸 반면 유색인종과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은 그를 혐오에 가까울 만큼 비난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에도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고, 주요 100대 언론 중 한 곳의 지지도 받지 못할 정도로 소외됐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9월과 10월 TV토론을 거치면서 각종 막말 논란이 터져나오면서 그로기 상태에 몰리기도 했다.

베트남 전쟁에서 포로 경험이 있는 존 매케인 3세 상원의원이 자신을 비판하자 “포로로 잡혔으니 전쟁영웅이 아니다”라고 말해 공화당 지지층의 반발을 불렀고, 지난 8월 폭스 뉴스 토론회에서 앵커 메긴 켈리가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자 생리 중인 것이 아니냐는 내용의 글을 올려 여성 유권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어 지난 2005년 트럼프와 ‘엑세스 헐리우드’의 빌리 부시가 버스 안에서 나눈 음담패설이 워싱턴포스트에 의해 보도되면서 치명타를 맞았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미 연방수사국(FBI)이 클린턴의 ‘아킬레스건’인 사설 이메일 문제에 대한 재수사 착수를 발표하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거 집결하면서 두 후보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진 것이다.

선거 이틀 전 FBI가 재수사 무혐의 종결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결국 선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클린턴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다. 역대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원 유세에 적극 나섰고, 특히 막판에는 미시건·뉴햄프셔·필라델피아 등 경합주를 잇따라 방문하면서 클린턴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 8년 이후 바꿀 때가 됐다는 유권자들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고, 이는 백인들과 보수층의 발길을 투표장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안정보단 파격 택한 미국
이번 선거전은 ‘파격의 카타르시스’를 앞세운 트럼프와 ‘안정 속의 발전’을 내세운 클린턴의 정면 대결로 펼쳐졌다.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 출신으로 공직을 전혀 거치지 않고 대선후보 자리에까지 올랐다. 주위를 의식하지 않는 ‘좌충우돌’ 스타일을 시종일관 유지하면서 백인 노동자 계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군 혹은 정치 경력이 전무해 ‘아웃사이더’로 불리는 그는 외교·안보 및 경제 정책에서 다소 무리한 공약이나 발언을 스스럼없이 내놨다.

반면 퍼스트레이디 출신으로 연방 상원의원과 국무장관을 역임한 클린턴은 돋보이는 행정 능력을 선보이며 민주당의 미래로 각광받았다. 중앙정치 경험을 착실히 쌓았고 급진적이고 파격적인 면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팀 케인 상원의원을 낙점한 것은 클린턴이 역동성보다는 안정을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결국 이번 트럼프의 당선은 불확실성이 큰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기존 정치를 바꾸고자 하는 여론이 우세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많은 정치적 경험을 통해 ‘검증된 후보’로 평가 받은 클린턴이 부동산 재벌 출신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에게 패배한 것은 사실상 상식과 이성에 기반한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대내외적으로 볼 때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고 세계 각 지역에서의 영향력이 도전 받고 있으며, 경기 하강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보다 안정적인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임에도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프를 선택했다.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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