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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책 한 권에···경제 내팽개친 정치

[현장에서] ‘송민순’ 책 한 권에···경제 내팽개친 정치

등록 2016.10.18 14:47

이창희

  기자

회고록에 목숨 건 與, 정국 주도권 잡기 노려野, 최순실 논란에 경제 살리기 본격화 실패정치권 TF 만들어 경제·민생 집중 필요

 ‘송민순’ 책 한 권에···경제 내팽개친 정치 기사의 사진

홀연히 출간된 책 한 권이 정가에 때 아닌 광풍을 몰고 왔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낸 회고록에 여야 정치권이 들썩이는 모양새다. 정국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여권과 이를 뺏기지 않으려는 야권의 줄다리기 속에 역시나 이번에도 경제와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송 전 장관은 최근 자신의 공직생활 경험을 담은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를 펴냈다. 회고록을 통해 지난 2007년 참여정부 당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과정에서의 비화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전에 북한의 의사를 타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여당은 지체 없이 칼을 뽑아들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김정일의 결재를 받아 우리의 외교·안보 정책을 결정했다는 송민순 회고록이 사실이라면 이는 주권 포기이자 심대한 국기문란 행위”라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어 “국정조사와 국회 청문회, 특검, 검찰수사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하는 동시에 문 전 대표를 겨냥해 “국민과 역사 앞에 참회하는 심정으로 추악한 대북 거래에 대해 낱낱이 고백하라”고 촉구했다.

청와대도 이례적으로 빠른 반응을 나타내며 여당에 힘을 실었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실이라면 매우 중대하고 심각하며 충격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과 집권당, 검찰권력이 환멸스러운 종북몰이 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있다”며 “그러니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인 26%로 떨어지지 않았겠는가”라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어 “나라가 총체적 난국인데 새누리당은 이성을 잃은 듯 하다”며 “최순실 게이트를 덮으려 우리 당 대선후보를 상대로 흠집내기와 명예훼손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국민의 정부에서 당시 박근혜 야당 대표가 평양에 가서 김정일과 나눈 대화 내용을 잘 알고 있다”며 “4시간 동안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특사를 요구했는지 안했는지 다 안다”고 엄호에 나섰다.

이처럼 여야 3당의 난타전에 청와대까지 합세하면서 국정감사를 마치고 예산안 심사에 들어가야 할 국회가 전장으로 일순간 돌변했다. 최순실·우병우 의혹과 관련해 공방을 주고받던 여야는 ‘공수 교대’만 이뤘을 뿐 이전보다 더한 화력을 뿜어내고 있다.

20대 첫 정기국회부터 무의미한 사안을 놓고 충돌이 발생하면서 국감 다음 과제인 세법 개정안과 예산안의 입지는 위태롭게 됐다. 법인세 인상 문제와 여야의 각종 경제 법안들, 내년 국가 살림 등 오랜 시간 심도 있고 진지하게 다뤄져야 할 의제들은 정국 주도권 다툼 뒤로 내팽개쳐졌다.

초반 장기간 파행과 후반 흐지부지한 마무리로 인해 역대 가장 부실했다는 평가를 받는 국감에 대한 반성과 개선안 마련도 물건너가는 모양새다. 국감이 아니라 20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국회가 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의혹에 대한 공방은 당장 멈추기 어렵다 하더라도 민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모두 정치 공세를 위한 어설픈 TF는 뚝딱뚝딱 잘도 만들어내면서 경제·민생을 위한 짜임새 있는 TF 구성은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은 안보 공세의 피치를 최대치로 끌어올렸지만 목숨을 건 대상은 진실규명보다는 정국 주도권에 가까워 보인다. 수세에 몰린 야권은 의혹을 걷어내고 기존의 이슈를 계속 끌고 가려는 욕심 속에 민생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창희 기자 allnewone@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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