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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등록 :
2016-08-10 16:31

수정 :
2016-08-11 07:07

신격호 후견인 지정될까…’경영권 분쟁’ 분수령

정신건강 상태에 따라 후견 개시
본인 의중으로 진행된 주총 등 무효 가능성
신격호 비자금·탈세 수사도 영향 받을 전망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를 다루는 심리가 마무리되면서 향후 재판 결과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를 통해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를 판가름할 수 있기 때문에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두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대 쟁점은 ‘치매’ 여부=서울가정법원(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은 이날 오전 열린 신격호 총괄회장 성년후견인 개시 심판 청구 6차 심리를 끝으로 모든 심문을 종결하기로 했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 특히 ‘치매’를 앓고 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인만큼 양측은 이를 둘러싸고 팽팽하게 대립했다.

신동주 회장 측 법률대리인인 김수창 변호사는 신 총괄회장이 치매약을 복용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예방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치매라는 진단을 받지 않았으므로 치매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성년후견인을 신청한 신 총괄회장의 넷째딸 신정숙 씨 측 이현곤 변호사는 치매 예방약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주변인 진술 등을 종합해볼 때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관련업계에서는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이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신동주 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가 좋다고 주장하다가 돌연 치매약 복용 이력을 공개한 바 있다. 또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에게 지난 5월 정신감정 명령을 내렸지만 병원에 입원했던 신 총괄회장이 정신감정을 거부하며 일방적으로 퇴원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 총괄회장 본인이 성년후견인을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치매를 앓고 있다는 의사의 소견 없이 재판부가 정황만 가지고 성년후견인을 지정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양측 법률대리인이 제출한 서류들 중 의사의 소견이 포함된 내용이 있을 것으로 업게는 추측하고 있으며 실제로 신청자 측에서 신 총괄회장의 진료 기록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견 개시 후 경영권 분쟁 향방은=만약 법원이 성년후견인을 지정하기로 결정한다면 향후 신동주·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후견 개시가 곧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신동주 회장 측은 그 동안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이 자신을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부자가 동반으로 경영에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경영권 분쟁을 위해 일본 내 우호지분을 확보하면서도 이 같은 논리를 지속적으로 펼쳤다.

그러나 후견 개시로 인해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공인된다면 이 같은 논리가 힘을 잃으면서 신동주 회장의 입지도 위태로워진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아버지를 경영 일선에 복귀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아버지가 선택한 후계자라는 명분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주주총회를 통해 얻은 롯데그룹의 ‘뿌리’인 광윤사의 대표 자리와 지분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당시 광윤사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신동빈 회장을 등기 이사에서 해임하고 신동주 회장을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신할 새 대표로 선임했다. 뒤이어 광윤사 이사회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 1주를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넘기는 거래도 승인했다. 신동주 회장은 당시 주주들과 이사회에 아버지의 의중이 담겨 있는 서면을 제출했다.

이로 인해 신동주 회장은 광윤사 지분 절반에 1주를 더해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광윤사는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28.1%를 보유하고 있어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으로 불리는 회사다.

현재 신동빈 회장 측은 일본에서 신동주 회장의 지분 획득과 대표 선임이 모두 효력이 없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후견 개시로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난다면 일본 법원이 해당 소송에서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신동주 회장은 광윤사 대표직과 최대주주 자격을 모두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반대로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신 총괄회장을 위시한 신동주 회장 측의 공세가 더 거세질 전망이다.

◇검찰 비자금·탈세 수사 영향 줄까=검찰이 진행 중인 롯데그룹의 비자금 수사와 신격호 총괄회장의 6000억원대 탈세 혐의 수사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최근 신 총괄회장이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와 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에게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6000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는 중이다.

앞서 신 총괄회장은 계열사를 통해 매년 3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의 혐의로 아들 신동빈 회장과 함께 출국금지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가 결정될 경우 검찰도 신 총괄회장에 대해 직접적인 조사를 벌이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 총괄회장의 책임을 온전히 묻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 경우 성년후견인 제도가 신 총괄회장을 법적 책임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으며,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혐의에 대해 책임을 홀로 져야하는 부담을 직면하게 된다.

후견 개시 결정이 난다면 누가 후견인을 할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성년후견인 개시를 청구한 여동생 신정숙 씨는 성년후견인 후보로 부인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회장, 신동빈 회장, 신유미 고문 등 신 총괄회장의 네 자녀를 지정한 바 있다.

그러나 신영자 이사장과 신동빈 회장, 신유미 고문이 모두 검찰 수사를 받고 있거나 향후 수사 선상에 오를 예정이며, 신동주 회장은 성년후견인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게미츠 여사도 법적으로는 혼인 관계가 아니다.

이 때문에 가족들의 경영권 부쟁과 검찰 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법원이 후견인을 제3자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정혜인 기자 h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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