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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도 있는’ 영혼 살인은 없다

[카드뉴스] ‘그럴 수도 있는’ 영혼 살인은 없다

등록 2016.06.13 08:31

수정 2016.06.13 10:30

이성인

  기자

편집자주
최근 전남 신안 흑산도에서 벌어진 학부모 집단 성폭행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합니다. 3명의 피의자는 물론 피해자의 고통은 1g도 안중에 없는 듯한 일부 발언들 또한 뭇매를 맞고 있는데요. 성폭행은 ‘영혼 살인’과 다름없는 끔찍한 범죄임을, 그 누구도 간과해선 안 될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는’ 영혼 살인은 없다 기사의 사진

 ‘그럴 수도 있는’ 영혼 살인은 없다 기사의 사진

 ‘그럴 수도 있는’ 영혼 살인은 없다 기사의 사진

 ‘그럴 수도 있는’ 영혼 살인은 없다 기사의 사진

 ‘그럴 수도 있는’ 영혼 살인은 없다 기사의 사진

 ‘그럴 수도 있는’ 영혼 살인은 없다 기사의 사진

 ‘그럴 수도 있는’ 영혼 살인은 없다 기사의 사진

 ‘그럴 수도 있는’ 영혼 살인은 없다 기사의 사진

 ‘그럴 수도 있는’ 영혼 살인은 없다 기사의 사진

 ‘그럴 수도 있는’ 영혼 살인은 없다 기사의 사진

 ‘그럴 수도 있는’ 영혼 살인은 없다 기사의 사진

최근 美 명문 스탠포드 대학 안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으로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이 학교 수영선수인 브록 터너(20)가 의식을 잃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고작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것이지요.

솜방망이 처벌에도 불구, 성폭행범의 아버지는 “아들의 20년 인생 중 단 20분간의 행동”이었을 뿐이라며 “판결이 가혹하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이에 미국인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지요. 그 아들에 그 아버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피해자의 괴로움을 배제한 이 같은 무개념,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국내로 눈을 돌려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 벌어진 학부모·주민 3명의 집단 성폭행 사건으로 들끓고 있지요. 안타깝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서도 몰상식이 목격됩니다.

- 주민A “젊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 주민B “분위기는 안 좋죠. 손님들도 떨어질 텐데, 적당히 했으면 좋겠어요.”
- 주민C “여자가 꼬리치면 안 넘어올 남자가 어디 있어?”
- 선태무 전남교육청 부교육감 “(늑장 보고 이유?) 사망 사고도 아니고···어떤 차원에서 보면 개인적인 측면도···일과 후에 있었거든요.”

피해자의 고통은 단 1g도 안중에 없는 발언들. 오히려 3명의 피의자나 마을 이미지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피해자 탓도 합니다. 아울러 이 사건의 피의자 가족들 역시 미국 사례와 마찬가지로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했지요.

이런 태도가 새로운 건 아닙니다. 2004년 1월 경남 밀양에서 일진 고교생들이 여중생 자매를 1년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 기억하시나요? 당시 피해 학생이 들어야 했던 말입니다.

- “네가 밀양 물 다 흐려 놨다.” - 담당형사
- “네가 꼬리쳐서 그런 것 아니냐?” - 당시 피의자 부모

피해자에게 2중, 3중 고통을 안기는 이 같은 시선은 성폭행을 심각한 폭력이나 중대한 범죄가 아닌, 단지 가해자의 일탈 또는 극복 가능한 사사로운 문제로 치부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성폭행은 ‘영혼 살인’과 다름없는 최악의 범죄일 뿐입니다.

독일의 한 공익광고는 성폭행이 남긴 트라우마를 ‘남성 성기+뱀’의 이미지로 형상화한 바 있습니다. 끔직한 기억으로서의 이 ‘뱀’은 피해 소녀가 백발이 되어 죽음에 이를 때까지 일평생 그녀의 몸을 기어 다닙니다. 살아있는 내내 영혼이 죽기를 반복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 고통스런 싸움을 견디다 못해 가해자를 직접 단죄한 국내 사례도 있습니다. 9살 때 당한 성폭행 때문에 도저히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었던 김부남 씨는 21년이 지난 1991년, 당시 이웃이었던 가해자(송백권)를 찾아가 그를 살해하기에 이릅니다. 그녀는 법정에서 이렇게 말했지요.

“나는 사람이 아닌 짐승을 죽였다.”

성폭행이 주는 고통, 21년이 아니라 그 열 배의 시간이 지나도 결코 줄어들지 않습니다. 아래는 스탠포드 성폭행 사건의 피해 여성이 법정에서 낭독한 편지의 일부입니다.

“피고인이 잃은 건 선수 자격, 학위 같은 눈에 보이는 것들이지만 나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나는 인간으로서 나의 가치, 에너지, 시간, 자신감, 목소리를 빼앗기고 있다.”

성폭행을 ‘그럴 수도 있는’ 것으로 믿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말입니다.

이성인 기자 si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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