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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정책···시장의 역공···위기의 기업

[아베노믹스의 비극]실패한 정책···시장의 역공···위기의 기업

등록 2016.04.19 09:28

강길홍

  기자

양적완화·재정확대·구조조정 효과 미미기업 구조조정에는 신경 못썼다는 평가주력산업 수출 확데에 긍정적 영향 적어나카소 BOJ 부총재 구조조정 박차 촉구

자료=일본 재무성 제공자료=일본 재무성 제공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일본의 경제부양 대책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평가로 기울고 있다. 양적완화, 재정확대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구조조정에 신경을 못 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아베의 3개의 화살’로 불리는 3대 정책 중 가장 강력히 추진됐어야 할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소홀했던 것이다.

일본은 산업활력법 도입과 총리실 주도의 규제개혁 작업을 진행했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관치 중심의 경제구조 등이 여전해 일본 기업의 경쟁력을 깎아내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산업활력법 적용을 하면서도 일부 기업에 대해 고용을 유지할 것을 정부가 강요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아베노믹스는 구조조정 없이 외적 성장에만 치우쳐 오히려 국가 부채만 늘리고 말았다.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로 꼽히는 기업 구조조정(산업재편)과 개혁을 뒤로 미룬 채 통화의 양적완화와 재정확대 등을 통한 경기회복에 매달린 결과라는 지적이다.

류상윤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비넘긴 아베노믹스 관심의 초점 세번째 화살로’라는 보고서에서 “노동시장 개혁과 같은 본질적인 과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고이즈미 개혁처럼 미완으로 끝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구조개혁이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면 엔저의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또한 류 책임연구원은 “아베노믹스의 성장전략을 기업활성화, 노동개혁, 농업·의료 등 전략산업 육성이라는 세 분야로 나눠봤을 때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 것이 노동개혁”이라고 강조하면서 “노동시간 개혁도 유보되면서 노동개혁의 동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베의 3개의 화살이 나란히 부러졌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결국 일본 기업들도 쓰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실제로 일본 기업들의 실적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2015년 3분기(10~12월) 통계에 따르면 법인 기업 경상이익은 지난해보다 1.7% 감소한 17조7630억엔으로 조사됐다. 일본 기업의 경상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4년만이다. 비제조업은 12.7% 성장했지만 제조업이 21.2% 줄었다.

일본 기업들의 실적 악화 원인은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 경제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 유가와 자원 가격의 급락세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석유·석탄 업계가 유가 급락에 따른 판매 가격 하락 영향이 컸고, 철강업계도 철강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저하도 수익을 줄었다.

자료=일본 재무성 제공자료=일본 재무성 제공



반면 엔화 가치 절하의 영향으로 소매업만 호황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은 매출은 크게 늘었다. 대형 백화점을 가진 미쓰코시-이세탄홀딩스의 1∼3분기(4∼12월) 면세품 매출은 전년 동기의 2배 이상 늘었다.

아베노믹스가 수출 확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의 ‘해외생산 확대가 수출에 미치는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엔저기조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수출은 2011년 8200억달러에서 3년 연속 하락해 2014년 6900억달러에 그쳤다.

엔화가치 하락이 수출 증대와 연결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지목된다. 첫 번째로 결제통화 효과에 의한 환율변동성 완화효과이다. 일본 수출품의 결제통화의 80% 달러화다. 수출가격이 계약시점부터 수출시점까지의 환율 변동에 형향을 받지 않게 돼 엔저 상황이 수출 증대로 연결되지 않거나 가격변화 효과가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료=산업연구원 제공자료=산업연구원 제공



두 번째로 엔고 기간 동안 일본 기업들의 생산전략 변화다. 일본은 엔고로 인한 환율 변동성 감소를 위해 최근 20여년간 해외생산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이에 따라 자국에서는 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산업은 상대적으로 비탄력적인 가격탄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엔화가치 하락이 효과가 감소된다는 설명이다.

결국 아베노믹스를 믿고 지난 2년간 제품.서비스 가격을 올렸던 일본 기업들은 최근 저가로 회귀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2년 연속 가격을 올리면서 고객 수 감소가 눈에 띄게 줄었던 유니클로가 대표적이다. 최근 유니클로는 1290엔(약 1만3700원)이었던 ‘에어리즘 크루넥 T’ 가격을 990엔으로 내리는 등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이제 일본 정부는 마지막 남은 구조조정 작업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정책금리’라는 사실상 최후의 통화정책을 꺼내들었음에도 그 효과는 반짝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나카소 히로시 일본은행 부총재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통화정책이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때문에 구조조정을 서두르지 않으면 아베노믹스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양적완화, 재정확대, 구조조정의 병행이다. 하지만 그동안 양적완화와 재정확대를 뒷받침할 강력한 구조조정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결국 위기에 몰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 경제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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