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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 전쟁’ 속 소비 시장···超고가 마케팅 문제 없나

‘10원 전쟁’ 속 소비 시장···超고가 마케팅 문제 없나

등록 2016.04.05 12:59

정백현

  기자

유통업계, ‘소비자 이익 먼저’ 파격적 가격 전쟁 나서전자업계, 브랜드 이미지 살리고자 초고가 제품 출시서민 안중 없는 프리미엄 마케팅에 소비자 시선 ‘싸늘’

국내 내수 소비 시장의 분위기가 여전히 냉각된 가운데 전혀 상반된 마케팅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한 쪽에서는 어려운 경기를 감안해 ‘가격 파괴’ 전쟁을 펼치고 있는가 하면 다른 한 쪽에서는 서민들이 꿈도 꾸지 못할 초고가 프리미엄 마케팅이 전개되고 있다.

‘저가 마케팅’의 현장은 이마트와 롯데마트, 쿠팡 등 유통업계이고 다른 한 쪽인 ‘고가 마케팅’의 현장은 LG전자를 필두로 한 전자업계다. 한 쪽은 가격을 계속 깎고 있고 한 쪽은 가격을 계속 높이고 있다.

저가 마케팅은 이마트가 포문을 열었다. 이마트는 지난 2월 중순부터 모바일 오픈마켓과 경쟁고자 ‘가격 전쟁’이라는 주제로 역(逆)마진 저가 마케팅에 돌입했다. 첫 날부터 기저귀를 한 장당 300원대 초반에 내놨고 분유와 커피믹스, 여성 생리대 등의 가격을 확 깎았다.

소비자들은 파격적 저가 마케팅에 뜨겁게 응답했다. 가격 전쟁 선포 후 3일간 이마트에서만 총 2만1400개의 기저귀가 팔렸고 이마트몰 방문자 수도 10% 이상 늘어났다. 이마트 측이 자체 조사에 따르면 분유와 커피믹스의 판매량도 각각 155.6%와 85.2% 증가했다.

구매를 경험한 서민층 소비자들의 실제 반응도 뜨거웠다. 이마트를 통해 기저귀를 구입한 한 소비자는 “한 푼을 아껴야 하는 상황에서 저가 마케팅이 펼쳐진 것은 매우 기쁜 일”이라며 “회사의 이익보다 소비자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저가 마케팅 본격화 이후 한 달여의 시간이 흐른 3월 말에는 전자업계에서 고가 마케팅이 시작됐다. 서울 강남 등 수도권 부촌의 초호화 아파트 거주 가구 중 가전제품을 교체하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초고가 프리미엄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G전자는 지난 3월 28일 ‘초(超)프리미엄’을 지향하는 통합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를 공식적으로 공개했다. 이날 LG전자는 1100만원대의 TV와 850만원대 세탁기 등 기존 가전과 비교해 훨씬 비싼 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였다. 사진=뉴스웨이DBG전자는 지난 3월 28일 ‘초(超)프리미엄’을 지향하는 통합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를 공식적으로 공개했다. 이날 LG전자는 1100만원대의 TV와 850만원대 세탁기 등 기존 가전과 비교해 훨씬 비싼 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였다. 사진=뉴스웨이DB


고가 마케팅의 핵심은 LG전자다. LG전자는 지난 3월 28일 ‘초(超)프리미엄’을 지향하는 통합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를 공개했다. 이날 LG전자는 1100만원대의 TV와 850만원대 세탁기 등 기존 가전과 비교해 훨씬 비싼 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비싼 이유가 있다. 기존 가전에서 볼 수 없었던 한 차원 높은 첨단 기술과 기능이 반영돼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출범식 현장에 한 자리에 모두 모인 LG전자 경영진은 일제히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위해 초프리미엄 브랜드를 출범시켰다”고 당당히 말했다.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 겸 사장은 “LG 시그니처는 많이 팔기 위해 만든 브랜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사장의 발언은 ‘판매 성과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거나 ‘어차피 구매 능력이 있는 사람은 우리 제품을 살 것이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저가 마케팅과 고가 마케팅이 동시에 펼쳐지는 시장의 상황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은 판이하게 갈려 있다.

초고가 프리미엄 마케팅이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내수 시장 전체의 분위기를 띄워야 할 기업이 오히려 소비계층의 양극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적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한 소비자는 “TV를 구입하고 싶어도 워낙 TV 가격이 비싸서 구입을 망설이는 사람이 주변에 적지 않은 상황에서 다수의 소비자를 생각하지 않고 회사의 브랜드 가치 강화만 생각하는 것은 간접적으로 서민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다른 소비자는 “회사의 위신도 중요하지만 모든 소비자들이 편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대중적 가격대의 제품을 많이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은 국내 기업이 해야 할 의무”라며 “그 의무를 저버리고 소비의 양극화를 조장하려 한다면 기업 존재의 가치가 없다”고 성토했다.

LG전자 측은 “최근 공개된 제품들은 우수한 기술로 세계 가전 시장에서 으뜸이 될 수 있는 제품을 LG가 만들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 크다”며 “초고가 프리미엄 가전 마케팅과 더불어 기존 가전제품의 판매에 대해서도 역점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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