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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사장 나간 LH 부채공룡 오명 다시 쓰나

이재영 사장 나간 LH 부채공룡 오명 다시 쓰나

등록 2016.02.24 07:03

수정 2016.02.24 10:19

김성배

  기자

정치권 사장설에 유착·비리·뇌물 악습 도질라
비전문가 사장···보은·선심 행보에 빚 늘 수도

LH 진주 사옥(출처=LH)LH 진주 사옥(출처=LH)


국내 최대 공기업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때아닌 위기설에 휩싸였다. 이재영 사장의 돌연 사퇴와 관련 정치권 외압설(사퇴 종용)이 불거지면서 후임 사장으로 주택·토지정책 전문가가 아닌 정권 실세나 이들과 가까운 비전문가가 사장으로 부임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관가에서는 정치권의 비전문가가 빚이 크게 줄고, 조직·시스템 정비에 따른 정상화 반열에 오르고 있는 LH를 또다시 수렁에 빠뜨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권 덕을 본 새 수장이 ‘보은 행보’에 나선다면 또다시 ‘부채공룡’ 오명은 물론 정치권 유착이나 뇌물수수 등 비리 악습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돌연 사퇴···정치권 실세 오나 = 지난 2013년 통합 LH 2대 사장으로 취임한 이재영 사장은 LH의 부채와의 전쟁과 생존과의 싸움을 통해 LH 재도약의 기틀을 확립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가 쌓아올린 실적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국토교통부·LH·관련업계에 따르면 LH는 통합(토지공사+주택공사)출범 이후 금융부채가 매년 평균 7조6000억원씩 늘어나 지난 2013년 이재영 사장이 취임할 당시에는 105조7000억원을 기록할 정도였다. 이때 LH는 부채비율 466%, 하루 이자 100억원이라는 그야말로 부실 공기업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니는 공기업이었다.

하지만 이재영 사장 취임 이후 판매 극대화와 선순환 사업구조 정착으로 금융부채는 106조원에서 89조원으로 17조원이 줄어들어 LH는 ‘부채 공룡’이라는 이미지를 벗을 수 있었다.

하락곡선을 그리던 신용등급도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S&P가 LH 신용등급을 AA-로 상향하면서,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 모두가 LH의 신용등급을 ‘AA’로 상향시킨 것. 이 등급은 대한민국 정부와 동일한 것이며 공사 창립 이래 획득한 최고 등급이다.

게다가 지난해 LH는 이재영 사장의 ‘소통의 리더쉽’을 바탕으로 대형 공공기관 최초로 전 직원 임금피크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관련업계로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리츠·대행개발·공공-민간 공동사업 등 혁신적인 사업방식 도입을 통해선 부채 감축과 재정투자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경영역량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LH에 급작스레 위기설이 터져나오고 있다. 그 중심에 이재영 사장이 있다. 정권 실세나 정치권의 외압으로 그가 사퇴했다는 설이 돌고 있기 때문. 임기를 4개월 남긴 이 사장에 대해 “사퇴 하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것. 특히 최근 20대 국회의원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유력 정치인에게 탈락 무마용으로 LH 사장자리를 빼내주기 위한 조치였다는 얘기가 돌면서 파장이 더 커지고 있다.

◇ 유혹 많은 자리···또 빚방석 우려 = 연장선에서 관가 안팎에선 이재영 사장 후임으로 정치권 실세나 이들과 가까운 인사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비전문가인 낙하산 사장이 이제 겨우 재도약의 기틀을 다져놓은 LH를 다시 수렁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부 정치권 인사의 경우 선심성 사업이나 보은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커 우려감은 증폭되고 있다.

국토부·LH 등에 따르면 LH의 지난해 사업 예산 규모가 16조2000억여원에 이른다. 2011년 30조7000억원에 달하던 것이 크게 줄긴 했으나 규모 면에서는 상상을 초월한다. 도시재생, 국책개발, 주거복지, 경제기반, 도시조성 등 전국적으로 공공임대사업은 물론 토지사업부터 주택임대·분양사업까지 영위하는 사업도 다양하다. 그만큼 건설업계와 지자체, 정치권, 정부 등 이해관계와 이권이 얽히고 설켜있다. LH사장 자리가 여러 유혹이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LH가 각종 비리 등 구설수에 휘말리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 만큼 이재영 사장 후임이 정치권 인사가 온다면 LH조직과 시스템이 크게 휘청일 가능성이 크다. LH가 정치권의 외압이나 강압에 휘둘리면서 중심을 잃고, 또다시 횡령과 뇌물수수, 유착, 비리 등의 악습과 구태를 반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조직도 술렁이고 있다. 공과 과를 떠나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던 이재영 사장을 정치권에서 내쳤다는 설에 힘이 실리자 적잖이 당황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LH의 한 직원은 “원래 (이 사장이) 쿨한 성격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전혀 사임 기미가 없었기 때문에, 정권 핵심층의 외압이 아니고서 다른 이유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국토부 안팎에서도 곱지않은 시선을 보낸다. 외압설이 사실이라면 국토부 출신의 이재영 사장의 각고의 노력으로 LH를 정상화의 길로 올려놓은 공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라는 시각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빚도 크게 줄고, 조직과 시스템도 완비돼 있는 만큼 이제 누가와도 LH가 크게 흔들릴 일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선 모양”이라면서도 “또다시 비전문가가 낙하산으로 온다면 LH가 다시 부채공룡의 모습으로 돌변하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다. 안타깝고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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