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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걸’ 현정은의 뚝심, 이번에도 발휘될까

‘여걸’ 현정은의 뚝심, 이번에도 발휘될까

등록 2015.11.11 17:07

수정 2015.11.12 07:18

정백현

  기자

숱한 경영 위기마다 특유 뚝심으로 정면 돌파 성공현 회장 “부친·남편 혼 서린 회사, 매각 불가” 전해영구채 발행·계열사 지분 담보 대출에 한가닥 기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진=뉴스웨이DB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진=뉴스웨이DB

‘해운 여걸’로 불리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뚝심이 다시 한 번 발휘될 것인지에 대해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정은 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그룹은 최근 불거진 현대상선 강제 매각 추진설로 인해 외환(外患)을 겪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등과 함께 현대그룹을 지탱하는 핵심 계열사다.

정부와 시장은 어떻게든 현대상선 문제가 긍정적으로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시각의 차이가 극명하다. 현대그룹을 비롯한 업계는 자구적 혁신을 통해 부활을 바라고 있지만 정부는 강제 합병 등의 형태를 통한 해운업 합리화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안팎의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면서 현 회장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현 회장이 그동안 겪은 숱한 고비를 특유의 뚝심으로 위기를 스스로 해결한 전례가 많은 만큼 이번 고비도 어떻게 넘길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 2003년 8월 남편인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이 세상을 떠난 이후 현재까지 12년간 그룹을 이끌어 오면서 많은 역경을 겪었다. 이번 현대상선 매각 논란은 현 회장이 겪고 있는 세 번째 고비인 셈이다.

현 회장에게 첫 번째 고비는 그룹 회장 취임 초기에 찾아왔다. 전업주부로 오랜 삶을 살다가 경영자의 낯선 위치로 자리를 옮긴 현 회장에게 회사 바깥의 파도는 거셌다. 특히 시숙 관계인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KCC 등 범현대가 방계 기업들과의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가장 큰 고비는 지난 2010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현대건설 인수 문제를 놓고 벌였던 신경전이었다. 현 회장은 정몽헌 전 회장과 고 아산 정주영 창업주의 약속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여론전을 폈지만 아쉽게도 현대건설 인수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현 회장은 조용히 진용을 추스르면서 재기를 노렸다. 현대그룹의 덩치는 작아졌지만 실용성을 강조하는 ‘긍정 경영’ 덕에 빠르게 제 모습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현 회장에게 찾아 온 두 번째 고비는 지난 2013년에 제기된 잠재적 유동성 위기 논란이었다. 그해 여름 동양그룹이 선제적 구조조정에 대해 미진한 움직임을 보이다 쓰러졌고 동부와 한진, 현대 등 동양과 처치가 비슷한 중견 대기업에 대해 유동성 위기 경고가 이어졌다.

현 회장은 기민한 대응으로 두 번째 고비를 지혜롭게 넘겼다. 가시적인 유동성 위기는 없었지만 유동성 위기가 잠재돼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현대증권을 과감히 포기하고 비주력 자산을 모두 정리하는 계획이 공개되자 재계는 ‘현정은式 뚝심’에 박수를 보냈다.

2013년 말에 공개한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 덕에 현대그룹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분류된 중견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위기에서 탈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현대증권 매각 문제가 표류하면서 세 번째 고비의 씨앗이 생겨났다.

최근 시장의 관측과 달리 현 회장은 현대상선에 대한 매각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상선을 매각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겠다는 대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이 현대상선의 매각을 주저하는 것은 다른 계열사보다 현대상선이 갖고 있는 개인적인 가치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남아있는 그룹 계열사 중에서 유일하게 현 회장의 핏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회사다. 오늘의 현대상선이 있도록 만든 사람이 바로 현 회장의 아버지인 고 금석 현영원 전 현대상선 회장이다.

대부분의 계열사는 고 아산 정주영 창업주의 손을 거쳤지만 현대상선만큼은 다르다. 현대상선의 뿌리 중 하나인 신한해운은 현 전 회장이 1964년 창업했다. 훗날 합병을 통해 현대상선의 일원이 되는 아세아상선 역시 창업 과정에서 현 전 회장이 아산을 도운 역사가 있다.

여기에 남편인 고 정몽헌 전 회장이 현대전자와 더불어 가장 공을 들였던 계열사가 바로 현대상선이다. 이렇듯 회사 곳곳에 아버지와 남편의 혼이 서려 있는 만큼 쉽게 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현대상선이 매각될 경우 그룹 지배구조에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자체적인 대안 마련을 통해 위기 탈출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현 회장은 현대상선의 매각을 어떻게든 막으면서 영구전환사채 발행과 우량 계열사 지분 담보 대출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약 5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정은 회장의 경영 스타일 상 회사 매각을 쉽게 결정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회사 매각 대신 다른 대안을 통해 회사를 살린다면 현 회장의 뚝심경영이 또 다시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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