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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이다’ 주원 “나조차 처음 마주하는 나 발견했죠”

[인터뷰]‘그놈이다’ 주원 “나조차 처음 마주하는 나 발견했죠”

등록 2015.11.03 06:00

이이슬

  기자

영화 '그놈이다'에 출연한 주원이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영화 '그놈이다'에 출연한 주원이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


이건 반칙이다. 배우 주원은 하얀 의사가운을 입고 김태희와 진한 멜로로 설렘을 자극하더니, 하루 아침에 거무튀튀한 점퍼를 둘러입고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며 상남자로 변신해 쫄깃한 공포를 안긴다.

아직 서른살도 되지 않은 주원의 변신은 이 정도다. 그가 변신을 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올해 스물아홉인 그는 고민이 많다. 배우로서 서른을 지혜롭게 맞이하고 싶은 주원이다. 그의 고민이 깊은 데에는 스크린에서 이렇다 할 흥행 필모그라피가 없다는 것도 한 몫 했다.

주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KBS2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다. 당시 50%에 육박하는 이례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민적 인기를 얻은 작품을 통해 주원을 안방극장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앞서 뮤지컬 무대를 통해 갈고 닦아온 내공이 드라마를 통해 빛을 발했고, 주원은 안방에 안착했다.

이후 ‘굿닥터’, ‘각시탈’, ‘용팔이’ 등 다수의 드라마를 통해 사랑받았지만, 유독 영화에서는 흥행작이 나오지 않았다. 스크린을 통해 날아오르는 그의 모습을 기다리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그 누구보다 영화에 목말라있는 주원이었다.

내년 군입대를 앞둔 주원은 고민이 많아보였다. 궁금했다. 서른을 두 달 남긴 주원을 만났다. 그의 머릿속 무수히 많은 생각 한 가운데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주원은 무얼 바라보고 있을까.

영화 ‘그놈이다’(감독 윤준형)는 여동생을 잃은 남자가 죽음을 예견하는 소녀의 도움으로 끈질기게 범인을 쫓는 얘기를 그린 영화다. 하나뿐인 여동생을 잃은 남자 장우 역에는 주원, 이유도 없이 범인으로 몰린 남자 민약국 역에는 유해진이, 죽음을 보는 소녀 시은 역에는 이유영이 분한다.

영화 '그놈이다' 주연배우 주원이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영화 '그놈이다' 주연배우 주원이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


주원은 장우로 변신하기 위해 8킬로그램을 증량했다. 펑퍼짐한 점퍼를 걸치고 거칠게 얼음을 배달하는 모습으로 영화에 첫 등장하는 주원의 모습은 과장을 약간 보태 충격적이었다. 주원이 얼마나 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본 소감에 대해 말하자 주원은 가슴을 부여잡았다.

“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봤는데 유난히 떨리고 설렜어요. 가만히 있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놈이다’ 장우를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늘렸어요. 혼자 고민도 많이 하고 감독님과 대화도 나누면서 그린 장우는 그래야 했거든요. ‘용팔이’ 들어가기 전에 급하게 체중을 뺐죠.”

그렇다면 왜, 주원이 이 시기에 ‘그놈이다’를 만난걸까. 훈훈한 외모를 버리고 살을 찌울 만큼 그를 이끄는 힘이 궁금했다. 스크린을 통해 마주한 주원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는 듯 했다. 어떤 매력이 주원을 끌리게 했는지 물었다.

“정말 하고싶었어요. 스물아홉,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죠. ‘그놈이다’ 대본을 받고보니 스릴러 장르더라고요. 남자 배우한테 스릴러는 로망이죠. 더군다나 감독님께 실화에 기반한 스토리에 대해 듣고 나니 끌리더라고요. 또 변화를 주고 싶었지만 180도 바꿀 필요가 있나 하는 지점과도 충돌하고 있던 찰나 장우는 딱 맞는 역할이었어요. 기존의 제 이미지도 필요했죠. 풋풋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배우가 장우의 옷을 입는다면 관객이 훨씬 더 응원해줄 것이라 생각했죠. 저도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고요.”

'그놈이다'에서 장우 역으로 분한 주원'그놈이다'에서 장우 역으로 분한 주원


주원은 장우와 만나 사랑도 웃음도 지웠다. 멜로킹이라 불리던 주원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예정되어 있던 멜로도 지울 만큼 주원은 배역과 작품에 푹 젖어들었다. 그 자리를 증오와 처절함으로 채웠다.

“애초에 ‘그놈이다’에 멜로나 로맨스가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촬영 도중 대본에 멜로처럼 보일 수 있는 장면만 나와도 상대역인 이유영과 머리를 맞댔죠. 한 번은 이유영이 대본을 보고 ‘이거 멜로처럼 보이면 어떻게 하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과 상의해서 결국 그 장면을 삭제했어요. 멜로처럼 보일 수 있는 부분은 제거한거죠. 시은(이유영 분)은 죽은 동생을 대신하는 사람이고 내가 지켜줘야 할 존재, 여동생 같은 느낌으로 연기했어요.”

주원은 민약국, 유해진과 거친 액션을 소화하느라 온 몸을 던졌다. 촬영 도중 머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기도. 액션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주원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할 말이 많아보였다.

“액션에 감정이 많이 들어가는 장면이 많았어요. 오히려 감정이 들어가니 힘 조절이 되지 않아 더 위험했죠. 좁은 계단을 내려가거나, 밧줄을 목에 감고 연기하는 장면 등 아찔한 순간이 많았어요. 촬영 도중 부상을 당해 피를 본 적이 있었는데 바로 앞에 119가 있어서 응급처치를 해가며 촬영했어요. 몸이 힘들었죠. 유해진과 대치하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 당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경험을 했어요. 생전 그렇게 울어 본 적이 없을 만큼 많이 울었어요. 컷 소리가 났는대도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죠. 감정이 돌아오지 않더라고요. 힘을 강하게 준 탓인지 손발은 저리고, 뒷목까지 쭈뼜섰어요. 저도 처음 마주하는 저였어요.”

‘그놈이다’에서 가장 밀접하는 호흡하는 배우는 주원과 유해진이다. 두 사람의 액션 연기가 볼만하다는 감상평을 전하니 주원은 활짝 미소지으며 유해진에 대한 긴 이야기를 전했다. 존경하는 선배이자 형이라는 소감도 곁들였다.

“촬영을 하면서 유해진 형한테 정말 고마웠어요. 소속사 선배라서 그 전에도 친분이 있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존경심이 생겼어요. 사적으로는 믿음직한 형이 되었죠. 제 속 이야기도 털어놓을 수 있어요. 다른 사람들한테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형 한테는 할 수 있거든요. 혹시 해진이 형한테 뭔가 일이 생긴다면 제가 나서서 도와줄 수 있어요. 그 정도로 돈독한 믿음이 있어요.”

'그놈이다'에서 장우 역으로 분한 주원'그놈이다'에서 장우 역으로 분한 주원


영화 ‘패션왕’,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 ‘용팔이’까지, 주원은 ‘제빵왕 김탁구’로 얼굴을 알린 뒤 쉬지 않고 작품을 이어가고 있다. 왜 이리도 휴식에 인색한 주원일까.

“‘노느니 밭갈죠’(하하). 사실 얼마 전부터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쉬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아요. 아직은 그런 여유가 없어요. 다음 작품도 생각해야하고, 지금은 일을 열심히 해야할 때인 것 같아요. 내년 말쯤 군입대를 생각하고 있어요.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당연히 있지만, 각오는 돼있어요. 그걸 이겨내야 하는 게 우리의 몫이겠죠. 아빠, 할아버지로 변신하는 순간을 늘 상상해요. 그리고 그 순간이 오면 담담히 맞을 준비도 돼 있습니다.”

주원이 바라보는 배우 인생은 참 길고도 아득했다. 반짝 인기를 얻기도 했고, 또 쉼 없이 안방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온 주원이기에 이러한 생각이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았을 터. 주원은 배우로 어떻게 나이들 것인지를 내다보고 있었다. 참으로 착실하고 성숙한 배우임이 느껴졌다.

“얼마 전에 영화 ‘인사이드 아웃’과 ‘인턴’을 봤어요.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서는 따뜻함을 느꼈어요. 오랜만에 느낀 감정이었죠. ‘인턴’을 보면서 ‘역시 로버트 드니로야’라며 무릎을 탁 쳤어요. 로버트 드니로는 나이가 들어도 미소 한 번, 손짓 하나에 감동을 전하는 배우에요. 저도 그처럼 나이들고 싶어요. 그렇게 따뜻함과 여운을 줄 수 있는 작품과 캐릭터를 연기하면 좋겠어요. 또 영화를 만나러 온 관객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싶어요. 그런 날이 오겠죠? 하하.”

쉬지 않고 달려온 지난 10년, 주원은 이제 서른을 바라보며 동시에 군입대 라는 커다란 숙제도 받아들었다. 그렇지만 배우로서 군대라는 터닝포인트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주원이기에 앞으로 보여줄 그의 행보가 흥미롭다. 주원이 영화 ‘그놈이다’를 통해 첫 흥행작이라는 필모그라피를 쓰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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