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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탈출 비결은 과감한 변화와 혁신

벼랑 끝 탈출 비결은 과감한 변화와 혁신

등록 2015.06.30 07:43

정백현

  기자

창업 68년···덩치 줄었지만 이름값 여전금융 떼고 상선 중심 전문기업 탈바꿈비효율 조직 줄이고 효율성 중시 기조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사옥 전경. 사진=현대그룹 제공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사옥 전경. 사진=현대그룹 제공

해운업 전문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는 현대그룹이 지속적인 변화를 통해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대 재벌이라는 영화를 누렸던 과거에 비해 규모는 훨씬 줄어들었다. 그러나 국내 유수의 선사인 현대상선과 엘리베이터업계의 거목인 현대엘리베이터, 대북사업의 보루인 현대아산 등을 앞세워 효율성 위주의 경영으로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꿈꾸고 있다.

◇변화의 역사 現代 68년 = 현대그룹은 지난 1947년 고 아산 정주영 창업주의 창업 이후 숱한 변화를 겪었다. 현대는 1960~1970년대 초고속 성장을 통해 한국 최대 재벌로 성장했다. 그런 현대에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1990년대 말부터 이어진 릴레이 계열분리였다.

유통(현대백화점)과 자동차(현대자동차), 조선(현대중공업), 전자(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등을 차례로 떼어 낸 현대그룹은 건설과 금융, 해운, 기계, 대북사업 등을 주업으로 삼는 수준으로 규모가 작아졌다. 삼성과 1위를 다투던 재계 순위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럼에도 ‘현대’라는 이름값은 여전했다.

예기치 않은 변화도 있었다. 지난 2003년 8월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던 고 정몽헌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현대그룹에 격랑이 일었다. 사업가의 딸이었지만 전업주부로 조용한 삶을 살았던 현정은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시점도 바로 이 때다.

정몽헌 회장의 타계 이후 현대그룹 안팎에서는 여러 변화가 있었다. 정 회장 타계 직후 방계 기업인 KCC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기도 했고 2010년에는 가문의 장자 기업인 현대차그룹과 현대건설 인수를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후에는 회사 안팎에서 이렇다 할 공방 없이 조용히 경영이 이어졌다. 그러나 얼마 후 회사 밖에서 문제가 벌어졌다. 그룹의 주력 업종인 해운업의 불황 탓이었다. 2008년 리먼쇼크 이후 해운업은 불황에 시달렸고 급기야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불황 속에 적자를 면치 못했고 그룹의 자금 사정은 갈수록 악화됐다. 2012년 시장 안팎에서는 현대그룹이 조만간 유동성 위기로 인해 큰 격랑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결국 현대그룹은 통 큰 변화를 선택했다. 2013년 12월 현대는 잠재적 유동성 위기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자구계획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현대증권의 매각이었다. 현대증권과 금융 자회사의 매각은 곧 그룹 사업의 한 축이었던 금융 사업을 과감히 포기하고 해운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현대그룹 변화 전략의 핵심이었다.

◇생존 기반 마련 완료···이제는 ‘고효율 경영’ = 현대그룹은 자구계획 발표 1년여 만에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끝냈다. 당초 세웠던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벼랑 끝에 몰렸지만 이제는 완벽하게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까지 마무리했다.

자구계획 졸업 이후에도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는 여전히 현대상선이다. 현대상선은 최근 환율과 유가 등 외부 호재 영향에 힘입어 2010년 이후 5년 만에 1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앞으로의 시황이 관건이 되겠지만 당장의 위기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도 순항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1분기 28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실적이 55.4% 개선됐다. 엘리베이터 신규 수주 부문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자구계획 실천 과정에서 그룹의 덩치는 더 줄었다. 팔 수 있는 자산은 모두 팔았고 인력 조정도 단행했다. 비대했던 조직도 과감히 줄였다. 그러나 줄어든 덩치만큼 효율성과 끈끈함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

이제는 자구계획 실천이 끝났기 때문에 추가적인 계열사 정리나 자산 매각 등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축적해 둔 유동성 자금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보유한 자원에서 효율성을 얼마만큼 배가시키느냐가 경영의 핵심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슬림한 그룹 내 조직을 얼마나 유연하게 구성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향후 경영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앞으로 1~3년의 경영 성과에 따라 그룹의 재건 여부도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오랜 고생 끝에 생존 기반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며 “앞으로는 ‘질(質)의 경영’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현대만의 길을 걷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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