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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전방위 담합조사 건설업계 고사직전

공정위 전방위 담합조사 건설업계 고사직전

등록 2015.05.12 09:37

김성배

  기자

누적 과징금만 2兆···건설업 뿌리채 흔들려해외수주 외국 경쟁사 집중견제로 ‘그로기’형사처벌·손해배상 등 중복처벌 해소해야

4대강, 경인운하, 호남고속철도···. 4년째 이어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방위 입찰담합 조사로 건설업계가 휘청이고 있다.

그동안 부과된 과징금만 1조원을 넘어선 데다 잇따른 공공공사 입찰제한 등으로 업계가 고사직전으로 몰리고 있다. 더욱이 외국 경쟁사들이 국내 업체들의 담합을 문제 삼으며 ‘흠집내기’에 적극 나서 해외수주 전선에도 악재가 되고 있다. 이런 내우외환의 위기 속에 건설업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일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총 27건의 천연가스 주배관 및 관리고 건설공사에서 담합을 벌인 22개 건설사에 시정 명령과 과징금 총 1746억1200만원을 부과키로 했다.

또 수도권고속철도(수서~평택) 제4공구 건설공사에서 사전에 투찰가격을 합의한 후 입찰에 참여한 대우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80억 77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대규모 과징금 부과에 건설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설사들에 과징금과 공공공사 입찰 제한에 따른 수주부진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과징금 폭탄
공정위의 담합 적발에 따른 제재조치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공공공사의 입찰담합만 모두 18건에 달한다.

건설업체에 부과한 과징금만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 약 8000억원에 이른다. 최장 2년간 공공공사의 입찰 참여가 제한 제재를 받은 건설업체만 69개사에 이르고, 시공능력평가 순위 상위 100개사 중 절반 이상이 제재를 받고 있다. 지난해 적발된 18건 중 15건이 2009년 한해 발주된 대형 건설공사들이다.

최근 지난 2008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호남고속철도 3-2공구’ 사업 입찰에서 추가로 국내 대형 건설업체 5곳이 입찰 담합한 혐의로 적발됐다. 담합을 주도한 이들 회사의 임직원 11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업체들은 낙찰받을 업체를 사전 선정하고 다른 건설사들이 입찰 가격을 높게 제출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담합을 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합을 조장한 대형 건설업체 A사는 이 사업 수주에 협조하면 자사 다른 공사의 하도급을 주겠다며 입찰에 참여한 다른 4개 건설사 임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호남고속철도 같은 공구 공사에서 입찰 담합 혐의로 28개 대형 건설사를 적발해 435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에 이어 5개 업체를 추가로 밝혀낸 것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까지 4대강 1·2차 턴키공사와 보현산 다목적 댐 공사 등을 진행하며 3차례에 걸친 공사에서 총 1500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이후에도 입찰 담합이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작년 4월에는 경인운하 사업 입찰 담합으로 SK건설 등 12곳에 991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고 같은 기간 부산 지하철 1호선 공사에서도 공정위는 현대건설 등 6곳의 건설사에 과징금 122억원을 부과했다. 특히 지난해 적발된 한국가스공사 ‘액화천연가스(LNG) 주배관 1·2차 건설공사’의 과징금은 최소 6000억원 이상의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징금보다 무서운 입찰제한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각 건설사들이 무는 과징금액이 상상을 초월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작년까지 현대건설은 620억원을 과징금으로 지출했고, 이어 대림산업이 564억원, SK건설이 508억원, 대우건설 486억원, GS건설 444억원, 포스코건설 333억원, 삼성물산 304억원, 현대산업개발 288억원, 롯데건설 76억원, 한화건설 29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도급순위 10위권 내 건설사 모두가 입찰 담합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이다.

전체 누적 과징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부과된 누적 과징금은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미 예고된 새만금 간척사업 방수제 등 2010년 국책공사에 대한 추가 제재가 이뤄진다면 연내 건설사 누적 과징금은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과징금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 바로 공공공사 입찰제한이다. 공정위가 담합조치를 내리면 조달청과 발주처는 일정 기간 관련 건설업체의 입찰을 제한하는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내린다. 공공공사 영업이 불가능한 것으로 업체들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부정당업자의 입찰제한은 최장 2년이지만 프로젝트별로 담합 처분이 누적되면 제재기간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업계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담합 관련 수백 건의 소송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담합제재는 과징금과 공공공사 입찰제한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업과 임직원에 대한 민·형사 처벌과 손해배상, 최악의 경우 등록말소까지 최대 6개의 처분이 이뤄진다. 이런 중복처분이 가능한 것은 담합제재에 대한 규정이 △공정거래법 △건설산업기본법 △국가계약법 △형법 등으로 흩어져 있어서다.

이는 헌법상 기본원칙인 과잉금지원칙의 관점에서 볼 때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건설산업의 고질적 병폐인 담합을 해결하고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업계의 자정노력과 함께 담합을 유인하는 입찰·발주제도와 중복처분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다. 입찰제한 처분 등의 제재는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공사를 따내기 위해 외국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데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해외에서 발주하는 대형 공사의 경우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외국 기업과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때 외국 업체와의 공동 수급 협약서는 대부분 컨소시엄 참여사가 자국 공정거래법규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협약 등 국제협약을 준수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해외수주도 문제다. 외국 경쟁사들이 한국 정부로부터 공공(公共) 공사 입찰 참가 금지 같은 처벌을 받은 한국 건설사들의 불법성을 문제 삼으며 ‘흠집 내기’를 강화하는 가운데 외국 정부가 사상 처음 조사단을 한국으로 직접 보내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동쪽 태평양 상에 있는 동티모르 정부는 석유광업자원부 소속 공무원 등 6~7명으로 조사단을 구성해 지난달 현대건설 서울 계동 본사와 국토교통부 등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제2의 중동붐’을 위해 노력하는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연이은 담합 제재가 족쇄”라며 “앞으로 발생하는 담합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히 처벌하되 과거 관행에 대해서는 처벌을 경감해주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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