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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짬짜미 끊이지 않는 잡음

블라인드 짬짜미 끊이지 않는 잡음

등록 2015.03.26 08:05

수정 2015.03.26 08:07

김성배

  기자

지난해 과징금 1兆 ···1분기도 수백억원‘꽝없는 복권’ 유혹에 카페 회동 불보듯과징금 높이고 징벌적 손배제도 고려를

지난해 1조원에 육박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벌도 여전히 모자랐던 것일까. 국민 혈세(血稅)로 이뤄지는 국책사업을 둘러싼 건설업체들의 입찰 담합 소식은 올해도 여지없이 들려온다. 보현산다목적댐을 비롯해 새만금방수제 건설, 청주하수처리장 여과시설 설치 공사 등 굴지의 대형건설사들이 ‘짬짜미’로 따낸 국책사업의 종류도 다양하다. ‘꽝 없는 복권’으로 불리는 건설 담합을 완벽하게 근절하기 위해서는 담합 이익을 전액을 몰수하는 징벌적 처벌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행처럼 굳어진 담합 비일비재
4대강, 경인운하, 호남고속철도···. 국내 대형 프로젝트 공사를 맡은 건설사들 간 담합은 끊이질 않는다. 사업비만 수조원 단위인 굵직한 국책사업마다 대형 건설사들이 서로 짜고 담합해 이익을 챙겨간 사실이 이미 드러난 상황이다. 관행처럼 퍼진 건설사 담합을 이참에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쏟아지는 이유가 되고 있다. 올해도 역시 ‘비일비재’하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경북 영천 보현산다목적댐 건설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현대건설·대우건설·SK건설에 대해 총 과징금 101억9400만원을 부과했다. 보현산댐 공사는 4대강 살리기 사업 중 낙동강 수자원 확보 사업에 포함된 댐이다. 경북 영천시 화북면 일원에 지어졌고 1652억9100만원의 공사규모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3개사는 2010년 2월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한 이 공사의 입찰에 참여하면서 그해 5월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회동을 갖고 담합을 모의했고, 밀약 결과 공사 수주는 대우건설의 몫으로 돌아갔다.
지난 2일에는 삼성물산과 현대산업개발, SK건설, 코오롱글로벌 등 대형 건설사들이 국책사업과 환경시설 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사실이 무더기로 적발돼 수백억 원의 과징금 처벌을 받았다.
지난달 12일에는 현대건설과 코오롱글로벌, 태영건설, 동부건설 등 4개 사업자가 지난 2009년 한국환경공단이 공고한 '고양 바이오매스 에너지 설치사업' 입찰 과정에서 담합하다 적발돼 74억9900만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새해가 밝은지 석달여 만에 건설사 수십여 곳에서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셈이다. 2010년 이후 지금까지 건설업계에 내려진 과징금 액수도 조단위가 넘어간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제재가 진행 중인 공공공사 입찰담합 건은 모두 25건, 전체 과징금 규모는 1조230억원이다. 입찰참가제한 등 각종 제재를 받고 있는 업체도 69곳에 달한다.
작년 한해 동안 입찰담합으로 적발된 공공공사만 18건으로 예년에 비해 대폭 늘었다.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 등 입찰담합 적발건수가 2011년 3건, 2012년 4건, 2013년 2건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극히 이례적인 것이다.

◇전문가, 담합이익 전액 몰수해야
입찰담합은 각 건설기업의 영업팀이나 업무팀이 주도한다. 회의 장소는 주로 건설업체 인근 커피숍이나 비즈니스 센터다. 대중이 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대화가 새어나가기 힘든 ‘분리 공간’에서 모임이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논의가 시작되면 누가 어떤 공구에 낙찰받느냐에서부터 입찰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입찰률을 얼마로 할 지 결정한다. 또 들러리를 누가 설 지, 들러리업체의 지분은 어떻게 정할 지도 논의 대상이다. 내부적으로 결정되는 낙찰 순서는 추첨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 사다리 타기나 제비뽑기, 주사위굴리기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건설사 입찰 담합을 근절할 묘안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처벌 수위부터 대폭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공정위가 부과한 대부분의 과징금은 해당 기업 관련 매출액의 5% 범위 내에서 결정됐다. 만약 입찰 담합한 계약 금액이 1000억원이라면 50억원에도 못 미치는 과징금이 부과됐다는 의미다.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셈이다.

담합 건설사들이 오랜 기간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금은 담합 사실이 적발되면 최대 2년까지만 모든 공공공사 입찰 참여가 금지되지만 그 기간을 크게 늘려 담합 자체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과징금을 대폭 높이는 동시에 담합에 가담한 건설사들은 최소 10년 이상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벌칙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찰 담합 자진신고제인 ‘리니언시’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담합을 주도한 대형 건설사들이 리니언시를 통해 손쉽게 과징금을 감면받는 만큼 도덕적 해이(모럴헤져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리니언시를 활용하면 얼마든지 담합 책임을 면할 수 있는 만큼 담합을 주도한 기업에 대해서는 과징금 감면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것도 방법이다. 상습적으로 담합하는 건설사 경영진을 사법 처리하는 건 물론이고 기업이 도산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단 정부가 건설 담합을 묵인하거나 조장한 측면도 있는 만큼 공정거래를 중시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동시에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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