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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오릭스 현대증권 품다···명가 자존심 살리는게 급선무

日오릭스 현대증권 품다···명가 자존심 살리는게 급선무

등록 2015.02.10 08:00

최원영

,  

박지은

  기자

장부가 훌쩍 넘긴 1조 매각대금··· 5월 매각 마무리
총 100조 오릭스 자금 바탕 증권명가 재도약 기대감
그룹에 되팔 수 있는 콜옵션 부여··· 제2론스타 우려

여의도 현대증권 전경. 사진 = 현대증권 제공여의도 현대증권 전경. 사진 = 현대증권 제공



우여곡절 끝에 현대증권이 일본계 금융그룹 오릭스를 새 주인으로 맞이한다. 오는 5월이면 모든 매각 절차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업계에선 현대증권이 오릭스의 든든한 자금력과 함께 그동안 머리가 복잡했던 인수합병 스트레스를 벗고 전통적인 증권 명가로서의 가치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장부가 6000억원을 훌쩍 넘긴 1조800억원에 매각되는 부분도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제2의 론스타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국내외에서 많은 사례가 있을 뿐 아니라 5년 후 다시 현대그룹이 되살수 있도록 콜옵션도 부여했기 때문이다. 몸값 키우기에만 열중한 후 최대한 비싼 값에 현대그룹으로 재매각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지난해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선 탓에 추가적인 인력감축은 없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 재매각 할 수 있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직원들은 불안해 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릭스 품에 안긴 현대證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의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과 EY한영회계법인은 지난달 30일 현대증권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오릭스를 선정했다.

현대증권의 인수가격은 약 1조463억원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장부가 보다 약 4% 높은 수준이다. 또 계약에는 5년 후 현대그룹이 오릭스로부터 현대증권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이 명시돼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약 1년여의 시간이 걸린 현대증권의 매각은 모회사인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로부터 시작됐다. 상선업황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현대그룹이 지난 2013년 말, 자구안의 하나로 현대증권의 매각을 발표하면서다.

하지만 현대증권의 매각은 현대그룹의 바람처럼 쉽지 않았다. 자기자본 기준으로는 국내에서 5위권인 대형 증권사지만 증권업황 부진 등으로 수익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특히 유력 인수 후보자로 언급됐던 범현대가인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이 입찰불참을 선언하면서 현대증권의 매각은 더욱 힘들어졌다.

때문에 현대증권의 본입찰은 두 번이나 연기되기도 했다. 당초 본입찰은 지난해 8월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매각 높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현대증권은 본입찰 연기 이후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해 9월 전체 직원의 약 15%인 4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임원 12명의 사표도 수리했다. 또한 18개의 지점을 통폐합하기도 했다.

더불어 보유하고 있던 현대그룹 계열사 지분 정리도 진행했다. 지난해 7월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 전량 매각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도 프랑스 나티시스(Natixis) 은행 매각했다.

이러한 고강도 구조조정과 몸집 줄이기는 실적 개선으로 나타났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연간 순이익 352억원을 기록, 2년 연속 적자에 탈출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증권이 처음 매물로 나왔을 때만 해도 장부가보다 낮은 수준에서 매각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었는데, 1년간의 노력으로 제 값을 받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1년 여간의 현대증권 매각 과정. 1년 여간의 현대증권 매각 과정.



◇현대증권 앞날 ‘기대반 우려반’

현대증권이 오릭스에게로의 매각절차를 밟게 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막강한 일본계 금융그룹을 등에 업으며 자금력을 바탕으로 증권명가로서의 자존심을 이어갈 것이란 긍정적 전망과 함께 오릭스가 몸값 불리기에만 치중 할 수 있다는 소위 제2의 론스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릭스는 약 한달간 현대증권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3월에 현대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한 뒤 금융위원회 대주주변경 승인 등의 행정절차를 완료하면 5월께 대금을 납입하고 거래를 종료할 계획이다.

거래가 완료되면 현대그룹으로선 선제적 자구안 발표 1년여 만에 이행율 100%를 초과 달성하게 된다. 업계에선 오릭스가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얻게 되는 자금력에 주목한다.

오릭스는 1964년 일본에서 리스회사로 출발해 투자은행과 생명보험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금융회사다. 총자산은 92조원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27개국에 연결자회사 800여 개를 두고 있다.

지난해 희망퇴직과 지점 통폐합 작업을 통해 몸집 줄이기를 실시하면서 회사 가치를 올린 현대증권의 장부가격은 6000억원 가량으로 오릭스가 프리미엄을 붙여 써낸 매각대금 1조원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라는 평가다.

업계는 새주인이 들어서게 되면 실적개선으로 수익성향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현대증권이 적지 않은 부실을 털고 우량증권사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이 자금력이 풍부한 오릭스에 안기는 것은 그리 나쁜 선택이 아니다”면서 “오랜 전통을 지닌 증권사인 만큼 경영권 안정은 수익구조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사모펀드에 토종 금융사가 휘둘리며 국부유출사태를 겪었던 ‘제2의 론스타’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오릭스는 이번 입찰에서 현대증권이라는 사명을 유지하고 현대그룹은 5년 후에 현대증권을 오릭스로부터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오릭스가 현대증권에 1조원 이상을 베팅한 다른 배경으로는 현대그룹의 재투자가 거론된다. 매각자인 현대그룹이 향후 재무적 여력을 회복해 현대증권을 재인수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자신들은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길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오릭스가 현대증권을 되팔아 얻을 차익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이익을 내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 오릭스는 2013년 7월 STX에너지 경영권을 얻은 뒤 그해 12월 GS-LG그룹 컨소시엄에 보유지분 일부를 팔아 투자대비 40%의 차익을 얻은 바 있다.

현대증권 노조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수익을 내는 것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조건에 따라 언제든 재매각 될 수 있다”며 “윤경은 사장이 고용안정을 약속했지만 직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원영 기자 lucas201@
박지은 기자 pje88@

뉴스웨이 최원영 기자

뉴스웨이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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