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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백현 기자
등록 :
2014-01-29 07:30

수정 :
2014-01-31 10:05

[3세 경영권 전쟁]한진그룹, ‘장남 조원태-누나 조현아’ 정중동 경쟁

지분율·주식 수 서로 엇비슷…일부 계열사서 조원태 부사장 근소 우세
1% 안팎 적은 지분율이 안정 승계 발목…향후 사업 실적 따라 향배 갈릴 듯

국내 최대 규모의 수송 전문 기업이자 재계 9위의 대기업 한진그룹의 앞날을 두고 많은 이들이 여러 예측을 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난 2002년 창업주인 정석 조중훈 회장이 83세를 일기로 타계한 뒤 2003년부터 정석의 장남 조양호 회장이 이끌고 있다. 올해 우리 나이로 66세가 된 조 회장은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조 회장의 자녀들은 각자의 특성에 맞게 서로 다른 사업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장남 조원태 부사장은 경영기획, 장녀 조현아 부사장은 고객 서비스, 막내 조현민 전무는 대외홍보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조 회장이 여전히 건강하고 대외활동에 정력적이며 선친의 그늘을 벗고 본격적으로 그룹 회장 직함을 단 것이 불과 10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후계구도를 논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막내 조현민 전무를 뺀 자녀들이 모두 30대 후반 이상이 됐다는 점과 그룹 전반에 조원태 부사장을 비롯한 자녀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경영권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남매 동일 선상? 따지면 조원태 근소 우세 = 한진그룹의 지배구조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기업은 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부동산 관리 전문회사인 정석기업, 육상 운송회사 ㈜한진 등 3개 회사다.

조양호 회장의 세 자녀들은 이들 3개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조금씩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지분을 모두 끌어 모아도 총 지분율이 1인당 5%를 넘지 못할 정도로 지분이 적다는 점이 문제다.

겉으로 보이는 지분율은 세 남매가 똑같다. 정석기업은 세 남매가 1.28%씩 지분을 갖고 있고 한진칼은 1.08%, ㈜한진은 0.0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석기업의 경우 세 남매가 2만3690주씩 나눠 갖고 있고 ㈜한진 역시 세 남매가 4000주씩 똑같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계열사의 세부적인 주식 수를 따져보면 조원태 부사장의 지분이 조금 많다. 가장 대표적인 차이를 보이는 계열사가 지주회사 한진칼이다. 한진칼의 경우 조원태 부사장의 주식 수는 30만7234주다.

반면 조현아 부사장은 남동생 조원태 부사장보다 335주 적은 30만6899주를 갖고 있다. 조현민 전무는 언니보다 556주 적은 30만6343주를 보유해 셋 중에서 주식 수가 가장 적다. 조원태 부사장과 조현민 전무 간의 주식 수 차이는 1000주 가까이 된다.

한진칼의 대한항공의 주식 수 역시 한진칼과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조원태 부사장의 주식이 63만5797주로 가장 많고 조현아 부사장이 63만5103주로 뒤를 잇고 있다. 조현민 전무의 주식 수는 63만3951주로 가장 적다.

눈에 보이는 주식 수 외에 각자 맡고 있는 업무 파트를 비교할 때도 조원태 부사장이 근소하게 앞선다는 분석도 있다.

대한항공에서 경영전략 업무를 맡아 온 조원태 부사장은 대한항공의 핵심 수익원인 화물운송 업무를 총괄하고 동시에 지주사의 경영까지 책임지고 있다. 사실상 한진그룹의 컨트롤타워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고객 서비스 분야와 광고·마케팅 분야에 한정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조현아-조현민 자매에 비하면 조원태 부사장의 무게가 훨씬 무겁다. 때문에 재계 안팎에서는 조원태 부사장이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에서는 “조원태 부사장의 겸직은 책임 경영의 일환”이라며 “후계 구도에 관련한 사항은 아직 정해진 것이 전혀 없으며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시기상조”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사업 실적 따라 주식 증여 향배 갈릴 듯 = 세 자녀들이 현재의 지분을 기반으로 경영권을 승계 받기는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른다. 지분이 워낙 적기 때문에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위한 자금도 부족하다.

세 자녀들이 경영권 승계 자금을 벌려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싸이버스카이(1인당 지분율 33%) 등 지분이 많은 비상장 계열사의 자산가치를 불려 간접적 지분 보유 효과를 누리는 것이 가장 쉬운 대안이다.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폭탄을 맞을 여지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경영권 승계 문제는 전적으로 조양호 회장의 판단에 달리게 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조 회장이 세 자녀 중 사업 성적이 가장 좋은 자녀에게 자신의 주식을 증여하는 방향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을 마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셋 중에서 가장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평가되는 조원태 부사장은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안정 경영 여부가 가장 큰 관건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순환 출자 구조 고리를 끊고 한진칼의 안정적 운영 기반 마련을 위해 정석기업과 한진칼을 조만간 합병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두 회사가 합쳐질 경우 한진칼은 자본총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경영 활동을 펼칠 수 있다.

또 다른 경영 활동의 지표인 항공 화물 운송 실적의 개선 여부도 과제로 남아 있다. 지주회사 경영에만 성공하고 화물 운송 업무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다면 조 회장이 맏딸에게 경영권을 넘겨줄 여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조현아 부사장은 현재 펼치고 있는 호텔 사업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이익 개선을 이루느냐가 최대의 관건이다.

특히 조현아 부사장이 현재 맡고 있는 사업 중에서 가시적인 실적을 논할 수 있는 분야가 호텔 사업이기 때문에 이 사업에서 제대로 된 경영 실적을 내지 못한다면 남동생과의 잠재적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세 자녀들이 스스로 지분을 매입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조양호 회장의 직접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앞으로의 사업 상황에 따라 경영권의 향배가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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