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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의 통 큰 결단, ‘현대號 부활’ 기틀 될까

현대그룹의 통 큰 결단, ‘현대號 부활’ 기틀 될까

등록 2013.12.22 17:25

수정 2013.12.22 17:44

정백현

  기자

현대그룹이 시장의 당초 기대보다 훨씬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내놨다. 핵심 사업인 금융업을 포기하는 대신 회사의 미래 금고를 먼저 채우겠다는 통 큰 결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현대그룹은 22일 시장 일각에서 불거지고 있는 유동성 위기 논란을 선제적으로 불식시키기 위해 현대증권 등 금융업 3개 계열사를 팔고 현대상선의 비주력 자산과 남산 반얀트리호텔 등을 매각해 총 3조3000억원의 현금을 조달하겠다는 자구계획을 내놨다.

현대그룹은 자구계획을 통해 마련한 현금 3조3000억원 중 1조3000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갚아 500%에 육박하는 그룹 주요 3사(현대상선·현대엘리베이터·현대로지스틱스)의 부채비율을 200% 후반대로 대폭 낮추겠다고 나섰다.

이번 자구계획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현대증권의 매각이다. 현대증권은 그동안 현대상선과 더불어 현대그룹의 상징 역할을 해왔다. 그룹 내 다른 계열사보다 인지도가 가장 높았던 데다 그룹의 사실상 유일한 현금 창출원이었기 때문에 중요성과 위상이 매우 컸다.

이 때문에 이미 오래 전부터 현대그룹은 결코 현대증권을 내놓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서는 현대그룹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 현대증권 매각이 가장 절실하다며 현대그룹의 결단을 촉구해왔다.

결국 금융권의 압박이 점점 강해지면서 현대그룹은 한 발짝씩 물러서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현대증권 매각설에 대해 현대그룹 측은 “여러 가능성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매각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열흘 뒤 현대증권의 매각 추진 사실이 공개됐다.

현대그룹은 금융업을 포기하는 대가로 최소 7000억원 최대 1조원 이상의 현금을 갖게 됐다. 당장의 캐시카우는 사라지지만 미래를 위해 곳간을 채우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셈이다. 또 안팎에서 불거져 온 유동성 위기 문제를 불식시키겠다는 의지도 엿볼 수 있다.

또 특수목적회사(SPC) 설립을 통해 금융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은 현대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융권과 코드를 맞추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동부와 두산 등의 사례처럼 SPC 설립을 통한 현대증권 매각 추진을 채근해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한축인 금융업 철수에 대해 고심을 거듭했다”며 “그룹의 유동성 문제 해결과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후의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그룹의 이 같은 결단은 현대그룹과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최근 움직임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한진그룹과 동부그룹은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잇달아 내놔 금융권과 재계를 안심시키고 있다.

한진그룹은 자산 매각과 비주력 사업 정리를 통해 총 5조5000억원을 조달키로 했고 동부그룹 역시 3조원 규모의 현금을 스스로 마련하겠다는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내놨다.

무엇보다 현대그룹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한진해운 회장의 결단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진해운은 자신의 성북동 자택과 한진해운 보유 지분, 여의도 사옥 등을 내놓으면서까지 회사를 살리겠다는 굳은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현대그룹의 이 같은 결단에 현 회장도 영향을 받아 현대증권 매각 등 고강도 자구계획을 결정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등 주력 계열사의 매각과 자산 처분 등 고강도 자구계획을 내놓으면서 한동안 냉소적이었던 현대그룹에 대한 금융권의 태도도 호의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이번 자구계획은 시장의 기대보다 훨씬 강도가 세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며 “현대그룹의 주력 사업인 해운업이 다시 부흥할 경우 이번 자구계획은 향후 현대그룹의 위상 부활에 결정적인 발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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