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지분매입으로 경영권 승계 준비 가속화···경쟁자 없는 유일한 후계자
구 부장은 ‘은둔의 황태자’로 불릴 정도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특별한 경쟁자가 없어 LG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을 가장 확실한 후계자로 꼽힌다.
LG는 지난 15일 구본무 회장과 구광모 부장이 장내매수를 통해 자사주 27만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구 회장이 16만주를 매수해 지분율은 10.91%에서 11%로 높였고 구 부장이 11만주를 책임지면서 지분율이 4.78%에서 4.84%로 상승했다.
구 부장의 지분 매입은 두달 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구 부장은 지난 9월 모두 3차례에 걸쳐 LG 주식 9만3000주를 매수한 바 있다.
15일 기준 LG의 최대주주는 구본무 회장(11.00%)이며 구 회장의 둘째 동생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7.72%)과 첫째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5.13%)이 2, 3대 주주다. 구 부장이 뒤를 잇는다. 구 부장과 양아버지인 구 회장, 친아버지인 구본능 회장의 지분을 합치면 20%가 넘는다.
LG그룹은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구인회 창업주, 구자경 LG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 순으로 경영권이 이어져왔다. 그러나 구 회장은 아들 없이 딸만 둘이었기 때문에 동생인 구본능 회장의 장남이었던 구 부장을 지난 2004년 양자로 입적했다. LG가는 유교적 전통 때문에 장자승계 원칙은 물론 여성의 경영참여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구 부장이 이번 지분매입도 구 회장의 장녀 연경씨가 지분을 매도하면서 이뤄졌다.
이 때문에 구 부장은 양자로 들어간 후 단숨에 경영권 승계 1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LG그룹의 후계자로 이목이 집중되자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2006년 대리로 LG전자에 입사한 구 부장은 2007년 유학길에 올라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에서 석사과정을 마쳤고 2009년부터는 LG전자 미국 뉴저지법인에서 근무하면서 국내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초 귀국과 동시에 차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했고 최근 잇따라 지분을 늘려가면서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연말 인사를 앞두고 구 부장의 임원 승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 현대차의 정의선 부회장 등 다른 후계자들과 비교해 구 부장의 직함이 비교적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구광모 부장의 지분 매입은 안정적 지분율 유지를 위해 이뤄졌을 뿐 경영권 승계와 연관 짓는 것은 확대해석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sliz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