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지난 10월 30일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자금난에 처한 한진해운에 금전대여 형식으로 1500억원을 지원키로 결의했다. 자금 대여 기간은 오는 31일부터 1년이며 연 5.4%의 이자가 붙는다.
대한항공은 “고 정석 조중훈 창업주가 ‘수송보국’의 정신으로 일으킨 한진해운을 살리고자 자금을 지원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주채권은행과 협의해 한진해운에 대한 자금 지원을 추가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대한항공이 약 1000억원 가량의 돈을 한진해운에 더 풀고 내년 3월로 예정된 3000억원 규모의 한진해운 유상증자에도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긴급 지원에 대해 재계 안팎에서는 두 가지 시각으로 이 현안을 바라보고 있다.
그룹의 한 축인 해운업의 도산을 막기 위해 형제애를 기반으로 지원했다는 시각과 한진해운의 계열분리를 막고 나아가 한진해운의 지분을 우회적으로 따내기 위해 지원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긍정적 시각 ‘해운업 도산만은 안된다’ = 한진해운은 해운업계 1위 기업이다. 중소 선사들이 자금난으로 신음하는 가운데 1위 기업마저 쓰러지면 국내 해운업은 아예 좌초할 수 있다. 해운업 좌초는 수출 산업의 위기와 연결된다. 국가 안보적 측면에서도 영향이 크다.
한진그룹 차원에서도 한진해운이 무너지면 육상(㈜한진)-해상(한진해운)-항공(대한항공)으로 이어지는 물류 축이 붕괴된다. 때문에 한진그룹이 전반적 업황 진작과 그룹의 중심축을 살리기 위해 직접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 사이의 막역한 생전 관계도 주목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조남호 한진중공업그룹 회장(차남)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사남)과의 관계가 껄끄러웠던 반면 조수호 회장(삼남)과는 막역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판적 시각 ‘한진해운 지분 노리는 KAL’ = 대한항공의 긴급 자금 지원으로 한진해운의 계열분리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한진해운의 계열분리 작업은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동성 위기 탓에 일단 진행이 멈췄다. 특히 같은 그룹 내 계열사의 돈을 빌렸기 때문에 이 돈을 갚기까지는 계열분리 얘기를 쉽게 꺼내지 못할 상황이 됐다.
만약 해운업의 장기 불황이 지속되고 유동성 위기가 해결되지 못해 한진해운이 1500억원을 갚지 못할 경우 일이 커진다. 한진해운의 지분이 대한항공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홀딩스는 대한항공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조건으로 한진해운 주식 1920만6146주(지분율 15.36%)를 담보로 내놨다. 돈을 갚지 못한다면 담보로 내놓은 주식은 대한항공으로 넘어가게 된다.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주식을 갖게 되면 한진해운홀딩스 지분 27.45%와 한진해운 지분 15.36%를 손에 넣으면서 한진해운의 2대주주가 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계열분리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물론 이 예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적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직접 나선 덕분에 은행권의 4000억원 규모 영구채 발행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고 컨테이너터미널 등 보유 자산 유동화 계획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영구채가 발행되면 대한항공 측의 현재 지원액을 합쳐 5000억원 이상의 현금이 모이기 때문에 당면한 유동성 위기는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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