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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비대위 “소비자보호기구 분리 혼란만 가중”

[성명서 전문]금감원 비대위 “소비자보호기구 분리 혼란만 가중”

등록 2013.07.08 14:04

최재영

  기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벌써 15년째 싸우고 있습니다. 왜 싸워야 하는지, 할 말이 많은 모양입니다. 저희 금융감독원 직원들도 할 말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참는 것이 바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15년간 싸워오면서 금감원과 금융위는 이미 서로 많이 닮아버렸기 때문입니다. 기득권을 움켜쥐고, 겉으론 국민을 내세우지만 자기 잇속 챙기는 모습만 보면 오히려 형제 같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관치금융을 방지하고 대한민국 금융이 다시는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만든 조직이 금융위(과거 금융감독위원회)와 금감원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은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국민은 각종 금융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바로잡아야 할 것이 많습니다만, 특히 15년 동안 왜곡된 금융감독체계는 하루 빨리 수술해야 합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진흙탕 싸움은 최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저축은행 사태,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한심하고 부끄럽지만,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개혁방안’과 ‘금융소비자보호 개편방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금감원 직원이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생각하려고 노력했지만, 많이 부족할 것입니다. 냉철하게 평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금감원과 금융위를 통합하되, 조직 이기주의는 철저히 배제해야 합니다.

금융위, 적어도 금융위 사무국과 금감원을 통합하는 것이 최선책입니다. 물론 두 기관이 내세우는 조직 이기주의에 기반한 주장은 철저히 배제해야 합니다. 통합하지 않고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은, 금감원과 금융위의 권한을 명확히 배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법으로 정해 놓은 권한조차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걸 보면,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왜 통합해야 할까요? 단순히 금감원과 금융위의 싸움을 끝낸다는 차원이 아닙니다. 금감원이나 금융위에 전화 해보신 분들은 그 이유를 알고 계십니다. 이건 정책사항이니 금융위에 문의하셔야 합니다. 검사가 필요하니 금감원 소관입니다. 두 기관 사이를 오가며 분노했던 국민이 한 두 분이 아닐 겁니다. 금융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컨대 신규 영업을 하려고 금감원에 찾아가면, 법규 해석이 필요하다며 금융위로 안내합니다. 금융위는 이건 금감원의 실무적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합니다. 서로 책임지지 않고 몇 개월씩 결론을 내려주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아무리 선진금융 외쳐보아야 공염불입니다.

철저한 책임 추궁을 위해서도 통합이 필요합니다. 대형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국회는 비슷한 답변을 듣습니다. 이건 금융위에 알아보셔야 합니다. 저건 금감원 소관입니다. 금감원과 금융위가 서로 정보를 숨기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니,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추궁할 수 없습니다. 언론의 감시기능도 발휘되기 어렵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런 후진적 감독체계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업무 중복으로 서로 싸우고,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 떠넘기는 금감원과 금융위, 이제 정리해야 합니다.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분리가 정답은 아닙니다.

저축은행 사태에 책임이 있는 금감원이, 금융소비자보호 문제에 목소리를 내려고 하니 조심스럽습니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감원 분리가 동일시되는 분위기에서, 또 다른 오해와 비난을 초래할까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감독기구 분리론의 위험성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향후 발생할 또 다른 위기에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기에 간곡하게 말씀드립니다.

기구분리론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조직을 지키겠다는 일념에서 나온 앵무새 발언이 아닙니다. 미력하지만 금융감독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과 철학에 기반하여, 직업적 양심을 걸고 호소하는 것입니다.

흔히 기구분리의 근거로 제시되는 해외 사례는 검증되지 않았거나, 많은 실패를 경험한 모델입니다. 분리형 모델의 종주국이라 할 호주에서조차 국회가 분리형 모델이 불완전하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는 국내의 학자들도 분리된 감독기관간 권한 다툼, 감독 사각지대 발생, 금융회사 부담, 금융위기 대응력 약화 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도입을 주장하는 분들도 구체적인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감독기구 분리’라는 문제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행 법체계를 유지하면서 감독기구만 싹둑 잘라내어 “이제부터 건전성감독은 A가 하고, 소비자보호는 B가 한다”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금융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전담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많지만, 이를 위해서 현행 법체계를 어떻게 바꾸고 감독기관간 역할분담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치밀한 검토는 빠져 있습니다. 섣부른 기구분리로 금융소비자, 금융회사, 금융감독당국, 나아가 온 나라가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할 수는 없습니다. 해외의 분리형 모델의 실패 사례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과연 우리나라 금융체계에 맞는 옷인지 판단해봐야 합니다.

금융소비자 보호기구 신설, 필요하다면 제대로 해야합니다.

감독기구 분리론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면밀한 검토를 거쳐 정말 조심스럽게 복용해야만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위험한 처방입니다. 그러나 분리론의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기구분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사회적 합의라면 받아들이겠습니다. 또한 그동안 금융감독 최일선에서 소비자보호 업무를 담당했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는데 일조하겠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금융소비자 보호기구 신설을 위해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금융위로부터의 독립입니다.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는 저축은행 사태를 교훈삼아 만드는 조직인데, 저축은행 사태를 책임져야할 금융위 밑에 두는 것은 또 다른 왜곡의 시작입니다. 현재에도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분리된 감독체계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금융위 산하에 권한도 별로 없는 어정쩡한 소비자보호 기구가 설립된다면 혼란만 가중될 뿐입니다.

명확한 권한 배분과 금융위로부터의 독립. 이런 기본조건도 갖추지 못한다면, 분리형 모델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소비자보호 기구를 따로 만들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한국소비자원과의 업무중복 문제나, 중립성 확보 차원에서 예산을 금융회사 분담금이 아니라 정부예산으로 충당할지 여부도 명확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최근 입장을 발표한 금융/경제학자들을 포함하여 많은 전문가들이 바람직한 금융감독체계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기능과 금융정책기능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감독체계, 금융위와 금감원이 불필요한 갈등을 접고 하나되는 감독체계, 금융감독의 최고의사결정 과정부터 금융소비자보호가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감독체계가 그것입니다.

모쪼록 이번 금융소비자보호 문제를 계기로, 우리나라 금융감독체계가 혁신되기를 바랍니다. 금융위와 금감원간의 해묵은 갈등이 해소되고, 금융정책에 대한 금융감독의 독립성이 확보되며, 금융감독의 모든 부문에서 국민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진정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염원합니다.

2013년 7월 8일
금융감독원 직원 일동

최재영 기자 sometimes@

뉴스웨이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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