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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사태’ 한 달···소비자는 벌써 잊었다

[포커스]‘남양유업 사태’ 한 달···소비자는 벌써 잊었다

등록 2013.06.11 07:50

수정 2013.06.12 08:23

정백현

  기자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막말 사태로 촉발된 이른바 ‘갑(甲)의 횡포’ 논란이 증폭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남양유업 사태는 한 달도 채 못 가서 이른바 ‘찻 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고 말았다.

남양유업 사태는 본사 영업사원의 막말 녹취 파일이 지난 5월 3일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일파만파로 번져나갔다.

그러자 남양유업에 대한 집단 성토가 시작됐고 사태 6일 뒤인 5월 9일 김웅 남양유업 대표 등 본사 임직원들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김웅 대표(오른쪽 다섯번째)을 비롯한 남양유업 임직원들이 지난 달 9일 '영업직원 막말 음성파일'로 불거진 강압적 영업행위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김웅 대표(오른쪽 다섯번째)을 비롯한 남양유업 임직원들이 지난 달 9일 '영업직원 막말 음성파일'로 불거진 강압적 영업행위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과 일부 기업인의 조세 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 논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조세 포탈 의혹 등 연달아 터진 이슈에 남양유업 사태는 이내 묻히고 말았다.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지만 일시적인 충격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불매운동으로 인해 남양유업 본사는 물론 대리점주들도 매출 하락으로 큰 타격을 입어 애초에 기대했던 ‘남양유업 본사 집중 타격’의 취지가 엉뚱한 곳으로 번졌다는 비판적인 시선도 이어지고 있다.

◇‘甲 횡포’ 관련 유사 사건 일제히 묻혀 = 남양유업은 현재 1000여개 대리점주들과 밀어내기 식 영업에 대한 사과, 단체교섭권 보장 등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교섭은 제자리를 걷고 있다. 대리점주 측 의견과 본사 측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시민 중에서 이러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남양유업 사태가 대중의 기억 속에서 급속하게 사라졌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사태 이후 유사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지만 이 역시 이슈화되지 못했다. 한 배상면주가 대리점주는 본사 측의 밀어내기 영업 횡포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CU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가맹점주도 본사의 횡포와 적자를 참지 못하고 자살했다.

또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근로자 사망 사건과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종업원 자살 사건, CJ대한통운 택배 기사들의 배송 거부 사건 역시 ‘갑의 횡포’ 논란이 제기됐지만 그때뿐이었다.

특히 CU 편의점 자살 사건은 CU 가맹본부인 BGF리테일 측이 고인의 사망진단서를 조작해 언론에 유포한 것이 들통 나면서 도덕성 논란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CJ그룹의 비자금 의혹이 터진 탓에 이 사안도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

◇다시 고개 드는 ‘甲의 횡포’ = 문제의 발원지인 산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이른바 ‘갑의 횡포’를 없애자며 너도나도 발 벗고 나서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남양유업 사태가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지자 이 같은 행보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있다.

기업들이 스스로 나서서 ‘협력업체·가맹점주와의 상생’을 외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상생 활동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 역시 ‘남양유업 특별법’ 입법을 강하게 추진했지만 여러 정치 이슈에 밀린데다 정부마저도 입법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남양유업 사태 이후 현장의 관계자들은 갑의 횡포가 사라졌다고 느끼고 있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예전보다 강도가 누그러진 것은 사실이지만 거래 상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영업과 생산에 대한 부정적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현규(가명) 씨는 “제품 주문이나 매장 관리에 있어서 여전히 본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며 “예전보다 가맹점주의 목소리가 세진 것은 사실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본사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자 부품을 생산해 한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 최진성(가명) 씨도 “공장 가동 과정에서 소비되는 경비는 전보다 많아졌지만 발주사로부터 받는 납품 단가는 여전히 낮다”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갑의 횡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장의 관계자들은 ‘갑의 횡포’를 막기 위한 법제화도 중요하지만 인식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다른 이슈에 묻힌 사건들에 대해서도 재조명해 갑의 횡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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